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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수술 나선 아르헨, 노조 반발-인플레와의 싸움

입력 | 2015-12-30 03:00:00

마크리 대통령 개혁조치 시장선 환영… 재정적자 축소-反기업규제 철폐
해외투자자 아르헨 채권투자 재개
단기 경기침체 가능성 높아… 노조 등 좌파의 저항 극복이 과제




12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를 마감하고 10일 취임한 기업인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친(親)시장주의 경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만만찮은 도전을 받고 있다. 장기간 좌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젖어 있던 나라여서 노동조합의 반발, 단기 경기침체 같은 복병을 만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마크리 대통령이 발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지만 걸림돌도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마크리 대통령은 이달 14일부터 쇠고기, 밀, 옥수수 등 농축산물에 매긴 15∼20%의 수출 관세를 폐지하고 콩에 대한 수출 관세율은 35%에서 30%로 낮췄다. 17일부터는 고정환율제를 폐지했다. 그 이전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9.8페소로 고정됐으나 암시장에서는 14.3페소에 거래됐다. 통제를 풀자 17일 페소의 가치가 달러당 15페소 가까이로 떨어졌다.

마크리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재정적자 축소 △외환보유액 확대 △대외신인도 제고라는 3대 정책 목표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10년 동안 묶여 있던 전기 가스 수도요금도 올리기로 했다. 제조업 기업이 장비, 부품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각종 ‘반(反)기업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개혁의 핵심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의 좌파 정책을 대폭 바꾸는 것이다. 철저한 페론주의자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는 방만한 복지 예산 지출로 나라 경제를 2014년부터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뜨렸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말로 △외국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키르치네르 정부는 농축산물에 높은 수출관세를 매겨 정부 재정을 모았고 이 돈을 저소득층의 환심을 살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그러자 많은 농가가 농사를 포기했다. 작물 생산량도 줄어 이 나라는 올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79억 달러(약 21조 원)의 곡물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새 대통령의 개혁에 시장은 일단 반색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아르헨티나 채권에 다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 시민 다니엘 알바레스 씨(57)는 NYT 인터뷰에서 “고정환율제 폐지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민들이 활력을 되찾았다. 간접적으로 다른 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리 대통령의 4년 임기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의회는 여소야대 구조로 여당의 힘이 미약하다. 24개 주 중 15개 주의 지사가 페론주의자일 정도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마크리 대통령의 개혁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율은 25%에 이른다. 경제개혁 조치를 해도 국민소득이 늘지 않으면 노조와 정부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거대 강성 노조들은 마크리 대통령의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후안 그라보이스 대중경제노동자연합 소속 변호사는 “(대통령의) 잘못된 ‘낙수(落水)효과’ 이론으로 아르헨티나 사회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낙수효과는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경기를 일으키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