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 국가대표 폭행한 코치-연맹… 선수에게 1900만원 지급해야” 자격정지 징계도 무효 판결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당하고 체육단체에서 부당한 징계를 당한 사건에서 법원이 운동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인 판단으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합의부(부장판사 박창렬)는 전 루지 국가대표 선수인 권모 씨가 코치인 이모 씨와 대한루지경기연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루지연맹이 권 씨에게 내린 국가대표 선수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도 무효로 판결했다.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던 권 씨는 2012년 11월 소치 경기장 인근 숙소에서 코치 이 씨로부터 짐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루지 썰매 날로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을 여러 차례 얻어맞았다. 권 씨는 이듬해 2월 미국 대회에 출전해 훈련 중 썰매 전복으로 머리를 다쳐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씨는 폭행의 직접 불법행위자로, 연맹은 이 씨의 사용자로서 함께 폭행을 해 권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권 씨의 치료비와 권 씨가 이미 머리 부상을 입은 사실을 알면서도 머리 부분을 폭행한 점 등을 고려해 1392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연맹의 권 씨에 대한 자격정지 2개월 징계처분은 절차적 및 실체적 하자가 중대해 무효”라며 “이로 인해 받지 못한 훈련비 522만 원도 지급하라”고 밝혔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