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 서울시향 이사회는 정 씨와의 재계약을 보류했다. 정 씨의 부인 구순열 씨가 박 전 대표 음해를 직접 지시한 정황을 검경이 포착했다는 보도에 따른 것이다. 정 씨가 인심을 얻지 못한 데는 가족과 인척이 설친 탓도 있다. 구 씨는 정트리오의 멤버이자 정 씨의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의 시누이다. 구 씨가 겹사돈 관계에서 오는 남다른 영향력으로 매니저 일에 개입하는 데다 인척들이 부수적인 업무를 편의적으로 맡았다고 한다.
▷동아시아 출신의 세계적 마에스트로로는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와 한국의 정명훈을 두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오자와의 음악은 유려하지만 디테일에 집착하는 반면 정 씨의 음악은 선이 굵고 구조가 강하다. 그럼에도 오자와가 세계적인 지휘자로 더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오자와에게는 일본이라는 클래식 음악 강국의 후원이 있었다. 정 씨에 대한 한국의 후원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오자와 같은 겸손한 인간적 매력도 정 씨에게선 잘 보이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