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대표 수비수 심서연의 새해 꿈
여자 축구대표팀 수비수 심서연이 29일 경기 시흥시 대교 HRD센터에서 축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8월 동아시안컵에서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재활 중인 그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2015년이 끝난 만큼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시흥=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여자 축구대표팀 수비수 심서연(26·이천대교)에게 2015년은 아쉬움이 가득한 해였다. 6월 에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그는 2개월 뒤에 출전한 동아시안컵에서 축구 인생 최악의 부상을 당했다. ‘여자 홍명보’로 불리며 2008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아직 팀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복귀를 위해 재활에 힘쓰고 있는 심서연을 29일 경기 시흥시 대교 HRD센터(이천대교 숙소)에서 만났다.
○ 아쉬움과 아픔으로 남은 두 대회
2003년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 여자 축구는 올해 캐나다에서 12년 만에 첫 승리와 함께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16강 프랑스전(0-3 패)까지 4경기를 모두 뛴 심서연은 “애국가를 부르면서도 떨려서 선수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기회가 왔을 때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회 전 세웠던 목표를 달성한 대표팀이지만 16강에서의 탈락은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 멤버가 4년 뒤에도 뭉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월드컵이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
동아시안컵은 심서연에게 더 큰 아픔으로 남았다. 그는 중국과의 1차전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심서연은 “한국에서는 발 대신 손가락으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휴대전화 메신저로 동료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대표팀은 최종전에서 북한에 패해 꿈을 접어야 했다. 북한전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우승 못 하면 병문안도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놨던 심서연. 그러나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에게 전화해 “고생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위로했다.
9월 독일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동아시안컵이 끝난 뒤 대표팀 동료들이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 볶음 등을 사서 집으로 병문안을 왔다. 많은 사람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동료들과 함께 경기 이천시에서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한 그는 “동료들이 ‘대체 언제 돌아오느냐’고 하도 많이 물어봐서 ‘지금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며 웃었다.
○ “새해에는 사인 많이 하고 싶어요”
그의 바람은 여자 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국제 대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것이다. 그는 “큰 대회가 끝나고 나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인기가 식어버린다. 내년에는 팬들에게 사인을 많이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근육 훈련을 시작하는 심서연은 많은 사람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지금 당장 ‘만원 관중’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은퇴 전에 한번쯤은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뛰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흥=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