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이 자생지인 난초는 겨울철 실내에서 꽃을 피워주는 고마운 실내식물이기도 하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우리가 잘 아는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도 난초 마니아였다. 그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난초의 신기한 꽃 모양을 연구하던 중 그 모양이 수분을 도와줄 곤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의 관계 속에 진화했고, 또한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다윈에게 이 난초가 없었다면 진화론이란 학설은 나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후 난초는 지금까지도 과학자들을 열광시키는 엄청난 식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난초가 지니고 있는 특이한 습성과 관련이 깊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열흘 이상 피는 꽃을 자연 상태에서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일부 난초는 무려 석 달 가까이 꽃을 피운다. 그 생김 모양은 더욱 이상하다. 어떤 난초의 꽃은 뒤집혀 있는 거미를 똑 닮았다. 대체 난초는 왜 이런 생김의 꽃을 피우는 것일까? 게다가 난초의 씨앗은 너무나 작다. 씨앗이 이렇게 작은 이유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씨앗 속에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난초는 어떻게 첫 발아를 하는 것일까? 더 신기한 경우도 있다. 브라질 열대우림에 살고 있는 난초는 수십 미터 상공에 매달려 뿌리를 땅에 대지도 않고 살아간다.
브라질 농부들이 키우는 ‘브라질넛’의 수확량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하고 연구를 하던 중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 열대우림 숲이 건강해야 인간이 키우는 작물이 잘된다는 것이었다. 브라질넛은 수분을 그 지역에 사는 특별한 종의 수컷 벌이 해주는데 이 수컷 벌과 짝을 이뤄야 하는 암컷 벌은 그 인근에서 자라는 난초 꽃의 과즙만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 전체가 건강해야 인간이 키우는 작물까지도 풍성해지는 셈이다. 이 자연의 복합적인 공생을 두고 전문적으로는 ‘자연의 경영’이라고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초는 한때 그 엄청난 가격 탓에 아무나 사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특별한 종의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대부분의 난초를 요즘 우리는 행복하게 저렴한 가격에 사서 키울 수 있게 됐다. 일단 우리가 흔히 구별하는 동양란, 서양란의 기준은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온대성 기후 지역에서 자라는 종을 동양란이라고 하고 과테말라, 마다가스카르와 같이 열대우림이 자생지인 종을 서양란이라고 한다. 온대성 기후이든, 열대성 기후이든 상관없이 난초는 비슷한 생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일단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전 지구에 퍼져 있을 만큼 난초는 생존력이 아주 강하다. 그래서 지나치게 영양분을 많이 주고, 과하게 물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죽게 하는 원인이 된다. 난의 화분을 살펴보면 흙이 아니라 그 안에 식물의 껍질이나 조각낸 나무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유는 난이 뿌리에 물기가 닿아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 빠짐이 좋지 않다면 난에게는 치명적이다. 물주기도 다른 식물처럼 매일이 아니라 보름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실내에서 키운다면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해 꽃을 피우는 데 힘겨워할 수 있다. 이때는 액상으로 된 영양분을 꽂아 영양분을 보강해주기도 한다. 일단 꽃이 피었다면 햇볕이 너무 강렬하게 들어오는 곳보다는 반그늘 정도에 두는 게 좀 더 오랜 시간 꽃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