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맛있는 것 같아요. 근데 좀 짠 것 같아요.”
가족들과 모처럼 외식하는 자리에서 오간 대화다. 아들 녀석의 대답은 ‘좀 짜긴 하지만 맛은 있다’는 정도일 터. 맛있으면 맛있다고, 짜면 짜다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맛있는 것 같다’ ‘짠 것 같다’고 할까. 필자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아들 녀석은 ‘∼것 같다’를 ‘∼하다’ ‘그렇다’는 의미로 쓰는 친구가 꽤 많다고 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듯하다’ ‘듯싶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부터 우리말에서는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어 ‘그런 듯하다’처럼 써왔다. ‘듯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사건이나 상태를 추측할 때 쓴다. 즉 ‘배고픈 것 같아요’는 ‘배고픈 듯해요’로 쓰면 된다.
아 참, ‘∼같아요’를 ‘∼같애요’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이다. ‘같애’는 ‘같(어간)+애(어미)’로 나눌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키가 작아’에서 보듯 어떤 사실을 서술하는 어미는 ‘∼애’가 아니라 ‘∼아’이다.
올 한 해 신조어로 많이 쓰인 낱말 가운데 ‘아몰랑’을 기억하시는지. ‘아, 몰라’에 ‘ㅇ’을 붙인 것이다. 어떤 사안을 놓고 논쟁하다 더 이상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때 ‘아몰랑’ 하고 물러서면 논쟁은 끝난다. 이 낱말 역시 자신이 없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것 같다’와 닮았다. 선택의 고민은 끝이 없다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지 말지를 인터넷에 묻는 사람도 있다 하니 ‘∼것 같다’는 약과(藥果)일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말 많았던 한 해도 오늘로 끝난다. 새해에는 ‘∼것 같다’ 같은 어정쩡한 표현 말고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말은 곧 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