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새해 특집/신년 여론조사]4·13총선 표심은 ‘변화 갈망’
여전히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꿈틀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4월 총선 투표 시 지역구 현역 의원보다 정치 신인을 찍겠다는 응답률이 높은 것도 ‘변화에 대한 갈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의 선전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야권 분열 속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 ‘안철수 신당’ 호남과 수도권에서 약진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호남에서 제1당은 안철수 신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남 지역 응답자 중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8.6%로 1위였다. 더민주당의 지지율은 22.9%로 5.7%포인트 뒤졌다. 호남에서 제1당을 차지한다는 건 야권 개편의 주도권을 쥔다는 의미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 세력들의 ‘호남 구애’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약진은 눈에 띄었다. 경기 인천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3.0%로 새누리당(36.0%)보다 13%포인트 낮았지만 더민주당(13.7%)보다 9.3%포인트 높았다. 안철수 신당은 대구 경북(TK)과 부산 울산 경남(P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더민주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일단 ‘대안 야당’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셈이다.
그렇다고 안철수 신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총선에서 어느 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6%는 새누리당을 꼽았다. 안철수 신당은 5.2%로 더민주당(6.0%)보다 낮았다.
안철수 신당에 밀리고 있는 더민주당의 처지에선 정의당과의 연대가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의 지지율(3.4%)을 더해야만 안철수 신당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에 따라 야권이 요동칠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누리당에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핵심 측근은 “야권의 표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나란히 가는 것은 새누리당으로선 ‘환상의 구도’”라고 했다. 야권이 분열되더라도 한쪽으로 표심이 쏠리면 결국 여야 간 일대일 맞대결 구도가 돼 수도권에서 여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민심이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을 찍겠다’는 응답은 24.4%에 그쳤다. ‘정치 신인을 선택하겠다’(31.1%)는 견해가 더 많았다. 20대 총선에서도 ‘물갈이 여론’이 거셀 수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이면 현역 의원 상당수가 다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가 앞장서서 명망가들의 ‘험지 출마론’을 들고나온 이유다. 하지만 당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전략공천이 아닌 한 아무리 명망가라도 경선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2014년 상향식으로 진행된 서울시장 경선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탈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권의 계파 간 내홍과 야권의 세력 간 분열이 어떤 정치 지형을 만들어낼지,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할지, 앞으로 4·13총선이 103일 남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