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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 삶의 질 높이는 데 초점… 민간주도로 농촌개발 지원”

입력 | 2016-01-01 03:00:00

[2016 새해 특집]통일코리아 프로젝트 4년차, 준비해야 하나 된다
[新 남북협력시대를 열자]<上>남북, 통일을 향한 이웃으로




《 동아미디어그룹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가 2016년 4년 차를 맞아 ‘평화의 축’과 남북이 윈윈하는 ‘교류협력의 축’이 발맞춰 속도를 내는 신(新)남북협력을 제안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함께 마련하지 못하면 통일의 길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갈 수는 없으니 ‘통일을 지향하는 이웃’으로서 지금보다 더 촘촘한 새로운 협력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통일코리아프로젝트는 통일 이후의 장밋빛 결과보다 좋은 통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정에 주목해 왔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들어섰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 아래의 북한은 일부 시장화 모습을 보였지만 평양에만 돈이 돌았고 대다수 주민의 삶의 질, 국가재정, 대외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모순적 상황에 놓였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이 공언한 ‘인민생활 향상·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대남·대외관계 개선에 나설지, 핵문제로 담판을 벌일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지난해 연이은 숙청과 최측근 김양건의 급사 이후 올해 권력 재편을 앞두고 권력 내부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대박’을 성공시키려면 북한의 이런 변화 흐름을 짚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동아일보는 2016년 새해를 맞아 평화의 축과 남북이 윈윈하는 교류협력의 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맞추는 신(新)남북협력을 제안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정치군사 분야의 불안 해소와 교류협력의 진전을 병행하는 남북협력으로 상호 의존이 깊어지면 ‘통일을 지향하는 이웃’이 되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도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

지난해 12월 11, 12일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열린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 회담장. 한국 측 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남북 수석대표 접촉에서 북한 농촌 마을별 개발계획 구상을 북한 측 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에게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전종수는 “민간이 하는 일에 왜 당국이 나서느냐”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한국 측은 사업계획이 담긴 조감도를 준비했지만 북한 측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개발협력에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한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해주겠다고 나서면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개발협력의 통로를 열고 싶어 한다. 과연 어떤 접점을 찾아야 할까.

○ 남북판 KOICA, 민간 중심 개발협력기구 만들자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뒤로 빠지고 민간이 중심이 된 남북개발협력기구를 만들어 대북 개발협력을 통합해 지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만들었지만 경협 위주라는 이유로 현재 뚜렷한 활동이 없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개발협력기구 성격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도 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쉽게 말해 외교부가 나서는 게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형식을 생각하면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ODA 개발협력 방식이다. 보수·진보단체가 망라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은 “(남북개발협력기구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민화협도 그와 비슷한 활동을 위해 남북경제협력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라면 5·24 조치, 유엔 대북 제재에 제한을 받지 않고 남북 협력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빵 공장, 국수 공장을 만들고 농촌을 개발하면서 기술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ODA 방식으로 양말 비누 등 생필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개발협력으로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호혜적 협력에 나선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6월 방문한 장천 남새(채소)전문협동농장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 ‘농촌 문화건설의 본보기’로 선전한 이곳은 한국이 구상하는 복합농촌단지와 성격이 똑같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거부만 할 게 아니라 북한에 필요한 사업을 한국과 협력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 한국에 도움 되는 경제개발구에 참여하자


국책 통일연구원이 올해 발간할 예정인 ‘전환기 남북관계의 타개 및 발전전략: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업그레이드’ 제안 보고서에서 성기영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지정한 19개 경제개발구 중 복합농촌단지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지역을 선정해 시범사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우리 국익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농업개발구를 두고 제한된 조건에서 북한과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북청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어랑농업개발구가 그 본보기다. 이를 정부가 아니라 남북개발협력기구를 중심으로 민간단체들이 분야별 컨소시엄을 꾸리면 된다. 투자가 아닌 ODA식 개발협력의 새로운 틀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투자해 북한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필품 생산, 주택 개량, 태양광 등 소규모 전력 사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러 3각 협력인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는 북-중 합작 기업인 나선콘트란스에 한국이 러시아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나선콘트란스 모델을 남-북-중 협력에 적용하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북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정작 신(新)남북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은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협력하느냐’는 국민 정서다. 정부 관계자는 “핵문제에서 북한이 조금만 진전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협력의 돌파구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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