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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소년들 극단적 선택 막게 마포대교에 현장 상담센터

입력 | 2016-01-01 03:00:00

한국 생명의 전화, 상반기중 설치
SOS 요청 10명중 4명이 10대… 상담원이 상주하며 고민 들어줘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4시 반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서울 영동대교에서 전화기를 들었다. 한강 다리 14곳에 자살을 막으려 설치한 ‘SOS생명의전화’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다리 위에까지 오게 돼 전화를 걸어봤다”고 입을 뗀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모가 짜놓은 틀 안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부모가 원하는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할 자신이 없다는 답답함이었다. 경시대회 성적마저 좋지 않아 고민이지만 부모와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곧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였던 이 학생은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20분 넘게 상담한 뒤 “얘기를 들어줘서 참 고맙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날 전화를 받은 ‘한국생명의전화’ 최정미 대리(33·여)는 “생명의 전화를 든 경우에는 상담과 더불어 경찰과 119 신고도 활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막고 있다”며 “다만 이 학생처럼 추가로 가족 상담 등이 필요해 보이는 경우 곧바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마포대교를 비롯한 한강 다리 14곳에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하면서 자살 예방에 힘써온 ‘한국생명의전화’가 올해 전문 상담원이 상주하는 상담센터를 마련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최 대리의 얘기처럼 일회성 상담을 넘어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담자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돕기 위한 노력이다.

상담센터는 ‘SOS생명의전화’ 사업을 지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예산을 지원해 버스나 컨테이너 형태로 마련된다. 서울시와 협의를 거친 뒤 올 상반기 마포대교 아래나 한강대교 아래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상담센터에서는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과 시민은 물론이고 자살 시도를 했다가 구조된 사람들을 위한 후속 상담 등이 이뤄진다. 시범운영 뒤에는 성과를 바탕으로 더 늘려갈 방침이다.

상담센터 설치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청소년 자살 시도와도 연관돼 있다. 지난 5년간 4000건이 넘는 위기 상담 가운데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40.1%에 이른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위기 상황을 터놓고 이야기할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상담센터가 설치될 뿐 아니라 올해 가양대교 등 다리 6곳에는 ‘SOS생명의전화’가 추가 설치된다. 그러면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한강교량 20곳 모두에 전화 설치가 완료된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56)은 “전화 운영을 시작할 때는 ‘교량에까지 와서 전화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5년이 지나고 보니 고민과 갈등을 털어놓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SOS생명의전화로 상담하면서 119 출동까지 있었던 사례는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630건. 이 사람들은 모두 구조됐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서상희 채널A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