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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이니 손자 정치 데뷔… 이란 정국의 핵으로

입력 | 2016-01-01 03:00:00

2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출마… 할아버지 후광 업고 당선 유력
개혁성향… 인권 등서 젊은층 대변




‘이란 혁명의 아버지’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 가문에서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호메이니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몰아낸 초대 최고지도자로 이란인들에게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해 12월 30일 ‘호메이니의 두 번째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43·사진)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잡지는 하산이 보수파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76)에 맞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개혁파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하산은 2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해 12월 18일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고위 성직자 88명이 참여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국가 서열 1위인 최고지도자를 선출한다.

호메이니의 두 아들은 모두 공식적인 정치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 숨졌다. 하산의 아버지인 아흐마드도 호메이니를 보좌하며 이란 혁명 이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1995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현 상황에선 하산이 할아버지의 뒤를 잇는 유일한 후계자다. 하산은 2월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호메이니의 지지층은 여전히 두껍다. 또 로하니 현 대통령과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도 하산의 든든한 후원자다.

하산의 행보는 이란 정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란 핵협상 등 보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할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은 하산이 보수파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온건개혁파인 로하니 현 대통령 사이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를 이끄는 로하니 대통령과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2월 선거 승리를 통해 보수파가 다수인 현 국가지도자운영회의를 장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보수파의 거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해 3월 사망설이 나돌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에 선출될 의원들이 차기 지도자를 뽑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 차기 최고지도자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산이 개혁적 성향을 보이며 로하니 대통령 등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하산은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이지만 서양 철학에 관심이 많다. 또 음악, 여성 인권, 자유 등에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다. 축구 광팬으로 10대에는 축구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신념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개혁 성향의 젊은층을 대변하고 있다.

하산의 아들 아흐마드(18)는 트위터, 페이스북이 차단된 이란에서 거의 유일하게 허가된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아버지와 이란 젊은이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FP는 “하산이 개혁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더라도 호메이니라는 이름은 (보수파 등에서) 그를 보호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