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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의 끝’ 보여준 국회

입력 | 2016-01-01 03:00:00

여야, 선거구 획정못해 결국 소멸… 정의화의장 ‘입법 비상사태’ 선포
획정위에 案 요청, 직권상정 수순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0시부로 ‘입법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시점부터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됐기 때문이다. 2016년 국회는 시작과 함께 비상사태 선포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혼돈에 빠졌다. 정 의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아예 없어져 버리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100여 일 남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신성한 기본권인 선거권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정당성 문제와 직결돼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는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정 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에 5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안을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직권상정해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30일 선거구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며 현행 선거구의 효력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그럼에도 여야는 1년 2개월간 공방만 주고받으며 허송세월했다. 정 의장은 31일 마지막으로 여야 간 협상을 촉구했으나 여당은 선거구 획정과 경제 활성화 및 노동개혁 5법 연계 처리를 주장했고 야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요구하면서 결국 결렬됐다.

하지만 정 의장이 실제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획정위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획정안이 과연 만들어질지, 설령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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