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영화공부하며 나를 떠나는 연습▼
서은주 씨
그동안 난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내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 즉 내 ‘아버지들’은 떨어진 은행잎처럼 나를 홀연히 떠나 버렸다. 조금만 더 가르쳐 주시고 가지. 아버지가 없는 나는 언제나 혼자서 그들을 공부했다. 헛발을 디뎌 넘어지기 일쑤였고, 넘어져도 혼자서 울음을 삼켜야 했다.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간신히 그들 곁에 닿을 수 있었다. 가을부터 들뢰즈를 읽었다. 우체국에서 원고를 부칠 때까지만 해도 들뢰즈를 읽으려고 화요일마다 설쳤던 그 아침 댓바람들이 글을 쓰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선이 되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그 안에는 영화공부 하느라 애썼던 10년의 과거가 새겨져 있었다. 오롯한 내 것이란 없었다. 공부를 한다는 건, 글을 쓴다는 건 진정 나를 떠나가는 연습이어야겠다.
▼[심사평]홍상수 영화세계를 설득력있게 논증▼
김시무 영화평론가
세 기준을 충족시킨 평론은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대한 관객 주체적 비평 ‘날마다 새롭고 언제나 그립다’였다. 무엇보다 이 글은 잘 읽힌다. 평자는 전편과 후편으로 구성돼 반복과 차이를 드러내는 홍상수의 작품에 대해, 그런 구성이 관객 주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낳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