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씨알사상과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린다. 특히 이 작품은 어렵지 않고 감동적이어서 대중적으로 친숙해질 수 있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읽으면 첫째, 함석헌 선생의 사상과 생애가 떠오르면서 이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둘째, 나에게는 ‘그 사람’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끝으로, 나는 과연 다른 누군가에게 ‘그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참회의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새해는 언제나 극단적이다. 그것은 희망이나 포기로 출발하게 된다. 그러나 지레짐작 희망이나 포기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보다 힘써 선택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되는 일, ‘그 사람’을 가지고 지키는 일에 있다. 다시 2017년 벽두가 되어 이 시를 읽을 때에는, 지금보다 덜 부끄럽기를 바라본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