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무역 1조 달러(약 1180조 원)가 무너졌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도 수출 부진을 겪으면서 한국은 역대 가장 높은 세계 수출 6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또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줄면서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015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통관 기준)은 5272억 달러로 2014년 대비 7.9% 줄었다. 수입액은 4368억 달러로 16.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 교역량은 9640억 달러로,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졌던 무역 1조 달러 기록이 깨지게 됐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904억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줄어든 수출액보다 수입액 감소 폭이 터 커서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산업부는 저유가를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유가 영향이 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품목의 경우, 수출물량은 늘었지만 저유가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36.6%, 21.4% 감소하면서 총 수출액을 끌어내렸다. 두 품목에서만 수출액이 289억 달러 줄어 지난해 수출 감소분(455억 달러)의 64%를 차지했다. 또 철강(-15.0%), 가전(-16.8%), 자동차(-6.4%) 등 품목은 공급과잉과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 반면 화장품(53.5%),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26.6%), 유기발광다이오드(OLED·25.0%) 등 신규 유망품목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對) 베트남 수출이 24.3% 늘었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전자제품 등의 생산기지가 옮겨가면서 부품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20.4%), 유럽연합(-6.9%), 중국(-5.6%) 등으로의 수출은 경기 침체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감소했지만, 주요국 대비 수출 물량은 늘었다. 세계 주요국의 동반 수출부진 속에 한국이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수출액 물량 기준으로 한국은 2014년 6위였던 프랑스를 제치고 지난해 7위에서 한 단계 올라 세계 6위의 수출국이 됐다.
산업부는 올해 무역여건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5382억 원, 수입은 2.6% 늘어난 4482억 원을 기록해 무역수지 900억 달러 흑자 달성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세계 교역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중, 한·베트남 등 신규 발효 자유무역협정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저유가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꼽았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무역량 1조’라는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실제 내실을 따져야 한다”며 “부실기업과 취약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