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채널A ‘이만갑’ 출연진이 말하는 탈북민 소망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은 지도 이틀째. 부푼 꿈을 가지고 희망에 가득 찬 한 해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온 탈북민은 새해만 되면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 생각에 그리움이 사무친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 출연자들이 탈북민을 대표해 새해 소망을 전했다.
‘이만갑’에는 해마다 많은 탈북민 출연자들이 온다. 대부분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헤어진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 같이 슬퍼진다. 매년 슬픔이 줄어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이만갑’ 식구들뿐만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나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북한 정권이 점점 엄해져 탈북도 잘사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추세다. 북한 분위기가 좋아져 일반 사람들도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한국에서도 잘사는 사람이 더 잘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 어려워지는 현상이 심한데 이런 게 완화됐으면 한다.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왔지만 ‘북한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한국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교생의 경우 따돌림이 무서워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한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한 단체에서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장학금을 거부했다. 새해에는 편견도 사라지고 더불어 살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간교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좋겠다. ‘탈북’도 하나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됐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젊은층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통일은 기성세대만의 숙원사업처럼 되어가는 분위기다.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새해엔 젊은이들에게 통일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아직도 기억한다. 2014년 10월 12일 처음 출연한 ‘이만갑’이 전파를 탄 뒤 헤어진 동생을 15년 만에 중국 다롄(大連)에서 만났다. 동생의 생사를 몰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기쁜 일이 생겼다. 나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이 새해에는 더 많은 탈북민들에게 일어나 그들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좋겠다.
새해에는 사회적 편견이 해소되면 좋겠다.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하면서도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편견이 사라지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또한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 한국에서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탈북민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경제적으로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