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나무. 고구려 장천1호분.
얼마를 갔을까. 어디선가 살려달라는 처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개미들이 홍수에 떠내려가며 지르는 소리였다. 목도령은 아버지에게 구조 여부를 물었다. “구해주어라.” 목도령은 개미들이 교목에 올라타도록 도왔다. 또 얼마를 가노라니 역시 전과 같은 처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한 무리의 모기들이었다. “살려주어라.” 교목은 이번에도 목도령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 그런데 다시 처량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목도령과 동년배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목소리였다. 벌레들을 살려준 목도령이 사람을 구해주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그건 안 돼.”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들의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다. “사람 살려주시오!” 살려달라는 소년의 세 번째 소리가 들려왔을 때 목도령은 견딜 수가 없었다. 목도령은 아버지에게 애원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할 수 없다만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으리라.” 그렇게 마지못해 소년을 태운 교목은 마침내 어떤 조그마한 섬에 표착하게 되었는데, 그 섬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였다.
홍수로 인해 인류가 절멸한 세상. 섬에는 한 사람의 할머니와 두 소년, 동년배의 두 소녀(친딸, 하녀)만이 살게 되었다. 할머니는 이들이 성장하자 두 쌍의 부부를 만들어서 이 세상에 인류를 퍼뜨리고자 했다. 그러나 친딸을 어느 청년과 결혼시킬 것인지 정하기가 어려웠다. 두 청년이 하녀를 신부로 취하길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목도령이 없는 틈을 타 구조된 청년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목도령은 한 섬의 좁쌀을 모래사장에 흩어 놓더라도 모래 한 낱 섞지 않고 순식간에 도로 주울 수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 재주를 목도령에게 청했다. 목도령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이므로 당연히 거절했다. 할머니는 목도령이 자기를 멸시하는 걸로 생각하여 크게 화를 냈다. “만일 네가 재주를 보여주지 않으면 딸을 주지 않겠다!” 어쩌겠는가. 목도령은 한 섬의 좁쌀을 모래사장에 흩어 놓고서 그걸 들여다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 개미들이 와서 목도령을 도와주어 임무 완성. 이제 목도령이 할머니의 친딸과 맺어질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꼼수를 부린 청년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하였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두 처녀를 동서의 두 방에 넣어두고 말했다. “복불복(福不福)이네. 원하는 방에 들어가서 배필을 취하게.” 이번에는 한 무리의 모기떼가 날아와 목도령의 귓가에 속삭였다. “동쪽 방으로! 엥글당글.” 이렇게 해서 목도령은 할머니의 친딸과, 구조된 청년은 하녀와 맺어졌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이 두 쌍의 부부의 자손이라고 한다. 홍수는 신세계를 열망하는 신화적 상징이다. 그런데 어찌하리, 그 신세계도 짝패의 세상인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