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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 보느냐…조류관찰 경쟁 ‘빅 이어’

입력 | 2016-01-03 17:47:00


2016년 1월 3일 일요일 흐림. 빅 이어. #190 Coldplay ‘Viva la Vida’(2008년)

미국엔 ‘빅 이어(Big year)’라는 비공식 경기가 있다.

매년 첫날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를 관찰하느냐를 겨루는 게임. 365일간 700종 이상은 봐야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전역의 버더(birder·새 관찰자)들은 올해도 각자 긴장 속에 2016년 빅 이어의 출발선을 끊었을 거다.

새해 첫 날, 빅 이어를 다룬 영화 ‘빅 이어’를 봤다. 잭 블랙, 스티브 마틴, 오언 윌슨이 지독한 새 마니아로 등장해 히말라야 눈꿩, 산투스 벌새, 분홍발 거위나 파란발 부비새를 보기 위해 알류샨열도 끝의 애투섬까지 오가며 조류관찰 경쟁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 속 잭 블랙은 새소리만 듣고도 그 종류를 맞추는 능력자다. 비틀스의 ‘Blackbird’에 녹음된 검은 새의 노래, 핑크 플로이드의 ‘Goodbye Blue Sky’에 들어간 종달새 울음을 그라면 단번에 맞출 거다.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거기 나오는 새소리는 실제가 아니라 픽(pick)을 기타 줄에 긁어 낸 흉내 음향이기 때문이다.

버더들이 애투 섬의 대자연을 헤매는 장면에서 영화는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2008)를 들려준다. 현악과 팀파니, 교회 종소리가 일제히 행진하는 이 곡은 성서의 비극적 은유로 차 있다. ‘나의 성은 소금기둥 위에 세워져있었던 거야… 혁명가들은 은쟁반에 올려진 내 머리를 기다리고…’

콜드플레이는 신작에 성서 대신 12~13세기 이슬람 신비주의 시들을 인용했다. 빛과 날아오름에 관한 노래가 많다. 앨범과 제목이 같은 1번곡 ‘A Head Full of Dreams’에 나오는 기타의 풀오프(pull-off) 주법은 새의 끼룩거림을 닮았고 이어지는 ‘Birds’의 노랫말은 혁명 앞에 무너진 왕의 심정을 대변했던 ‘Viva la Vida’와 보색대비를 이룬다.

새해가 열렸다. 꼭 새가 아니라도 저마다 진귀한 행운이나 복을 찾기 위한 게임을 벌일 거다. 근데 미국의 빅 이어엔 한 가지 이상한 맹점이 있다. 기록을 철저히 참가자 개인의 양심에 맡긴다는 것. 철저히 자연과 자신, 신만이 아는 게임인 셈이다.

‘폭동을 시작해/나와 함께 분노해/말은 필요 없어/우린 새가 될 거야/우리가 열쇠를 만들면 돼.… 네가 날게 된다면 나도 데려가 줄래?/이 잔인한 세계에서…’(‘Birds’ 중)

빅 이어가 시작됐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