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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한민국 제1야당, 親盧 운동권 정당으로 추락하는가

입력 | 2016-01-04 00:00:00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였던 김한길 의원이 어제 더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제1야당의 공동창업자이자 더민주당의 비주류 좌장 격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수명이 다한 양당 중심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며 ‘안철수 신당’(가칭)에 합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의원 탈당으로 ‘안철수 신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김 의원은 좋게 말하면 ‘신당 디자이너’요, 나쁘게 말하면 ‘당 파괴자’다. 2007년 2월 김 의원은 22명의 현역 의원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나간 뒤 이합집산을 거쳐 8월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주도했다. 김 의원을 포함해 안 의원 탈당 이후 당을 나간 현역은 9명. 이달 중순까지 10여 명의 추가 탈당이 예상된다. ‘안철수 신당’이 다음 달 15일까지 현역의원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총선 국고보조금 88억 원을 탈 수 있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의 탈당에 이어 ‘제3의 탈당 도미노’를 촉발할 것으로 지목되는 박영선 의원까지 탈당 대열에 합류하면 더민주당은 친노와 운동권이 주축인 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럼에도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는 3일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한 맞불로 영입인사 2호를 발표하며 ‘마이웨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영입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출마하지 않거나 또는 탈당해서 비게 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것”이라고 결기를 보였다.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 때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당 후보 다 밟고 나가 밖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후보만 찾을 수는 없다”고 말한 대목을 연상케 한다.

김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친노(친노무현) 패권정치 구태로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 대상으로 꼽히는 정치, 계파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 비리와 갑질과 막말로 얼룩진 정치’ 등 6가지를 꼽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도, 노영민 윤후덕 의원 등 측근의 ‘갑질’이 드러났을 때도 눈을 감은 문 대표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문 대표와 친노그룹은 1일 당 신년행사를 마친 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문 대표 중심의 전진”(이해찬 전 국무총리)을 외쳤다니 당의 앞날이 캄캄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더민주당이 대한민국 제1야당이다. 문 대표부터 당내에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 밖으론 선거구 획정은 물론이고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에 대해서도 변화한 모습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한다면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당을 보는 유권자의 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임시국회 폐회일인 8일까진 단 5일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