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 현 노토 정에서 ‘농가민박’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다다 기이치로 씨. 그는 “대부분 농가가 민박을 통해 한 달에 20만 엔(약 195만 원) 내외로 부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토=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박형준 산업부 차장
노토 정은 동해와 맞닿아 있는 ‘깡촌 중의 깡촌’이었다. 2011년 세계농업유산에 등록됐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7%. 유엔이 정한 초(超)고령사회 기준(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데 이곳이 농가민박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광객이 몰린다고 했다. ‘정말일까?’
당장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장으로 날아갔다. 노토 공항에 도착했더니 예약했던 민박집에서 마중을 나왔다. 버스가 없어 반드시 누군가 데리러 나온다고 했다. 약 20분을 달려 다다 기이치로(多田喜一郞) 씨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박집 돌담 옆으로 눈이 2m 이상 쌓여 있었다. 다다 씨는 포클레인으로 입구를 만들고 삽으로 눈 속을 파 이글루를 세웠다. 이글루 한쪽 구석에는 초를 켜 놨다. “밤에 구운 떡을 이글루에서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고 했다.
다다 씨는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여행객들에게 현지인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가급적 함께 식사를 한다고 했다. 거실 가운데 바닥을 파서 불을 피울 수 있는 이로리(위爐裏)를 보니 일본 느낌이 물씬 났다. 특파원 생활 3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이로리였다. 노토 정에서 나는 나물과 해산물을 중심으로 푸짐한 저녁이 나왔다.
다다 씨는 기자에게 맥주를 건네더니 마을의 변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논밭 밖에 없는 시골이다 보니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02년 마을 초입에 있던 미야치(宮地)초교까지 폐교하자 젊은 부부도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위기감이 마을 전체를 덮었다. 다다 씨는 6명의 마을 유지와 함께 마을을 살리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토론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자’는 것. 도쿄나 오사카(大阪) 등 도시 주민들에게 이글루 체험, 모심기, 벼 베기, 과일 수확 등 깡촌 경험을 하게끔 해주는 농가민박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인터넷에 농가민박을 알리자 하나둘 예약이 들어왔다. 그들은 농가민박을 한 후 입소문을 냈다. 약 10년이 지나면서 이제 중국, 대만 등지에서도 일주일씩 와서 민박을 하고 돌아갈 정도로 유명해졌다. 마을 전체로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도 갖췄다.
지난해 7월 특파원을 마치고 귀임했다. 취재와 여행으로 일본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노토 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 한 해 한국 산업계의 전망은 우울하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말 10대 그룹에 2016년 경영계획을 설문한 결과 ‘2015년보다 더 공격적으로 짜고 있다’고 응답한 그룹은 1곳도 없었다. 4개 그룹은 ‘2015년보다 더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6개 그룹은 ’2015년과 비슷하다‘고 했다. 방어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세계적 저성장, 중국의 추격,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여러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형준 산업부 차장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