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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어렵게 출제되자… 정시 안정지원 뚜렷, 재수학원 수강생 ‘뚝’

입력 | 2016-01-04 03:00:00

‘선행반’ 등록 2015년 70%수준 그쳐




서울 동작구의 A대입학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재수선행반을 개강하면서 예년보다 3개 반이 적은 7개 반으로 시작했다. 이곳은 한 반당 40∼50명인 대규모로 매년 등록 경쟁이 치열해 대기자가 끊이지 않던 학원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개강 이후에도 수강생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

예년과 반대로 대입 학원가가 ‘썰렁한 입학 시즌’을 맞고 있다. 본보가 서울 시내 주요 대입 학원들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 “재수선행반에 등록한 학생 수가 지난해의 70% 정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성학원 관계자는 “최상위권 수험생 위주로 운영되는 강남대성학원만 일찍 등록을 마감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지난해보다 20∼30% 적게 채워졌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도 “4일까지 재수선행반을 모집하는데 지난해보다 지원 문의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례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재수에 나서는 학생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대체로 정시모집에 하향 지원을 했고, 이에 따라 정시모집 추가합격 결과까지 지켜보려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재수 행렬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년(2013∼2015학년도 수능) 동안 ‘물수능’, ‘로또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수험생이 줄지어 학원에 등록할 정도로 ‘재수 열풍’이 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재수 경향이 수능 난이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갑자기 어려워지면 수험생들이 일단 정시모집에서 하향 지원할 뿐 아니라 추가합격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운다”면서 “특히 ‘수능이 어려워질 테니 다시 봐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심리로 재수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불수능’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경쟁률 하락 현상도 두드러졌다. 변별력이 높아져 고득점자가 줄면서 소신 안정 지원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의 경쟁률은 2015학년도 3.93 대 1에서 2016학년도 3.74 대 1로, 연세대는 5.62 대 1에서 4.8 대 1로, 고려대는 4.64 대 1에서 4.0 대 1로 각각 떨어졌다.

재수 기피 분위기는 ‘오르비’나 ‘수만휘’ 등 수험생이 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수능이 쉬운 해에는 수능 당일 저녁부터 재수 관련 문의가 줄을 이었다. ‘언제 재수를 결심했느냐’는 글이 올라오면 ‘국어 영역(수능 1교시) 끝나고 실수한 걸 확인했을 때’라는 답변이 뒤따를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다 끝나고 해가 바뀌도록 재수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다.

B대입학원 관계자는 “중소형 학원들은 재수선행반 등록자가 예년의 반 수준으로 떨어져서 수강생 수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2월 중순에 개강하는 재수종합반은 수강생이 어느 정도 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석 lhs@donga.com·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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