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사실 베이비붐 세대는 고졸 학력이 절반인 흙수저였다. 그럼에도 고도성장의 밀물효과를 맘껏 누렸다. 그러나 풍요의 시대에 성장한 자식뻘 에코세대는 대부분 대졸 학력임에도 일자리 없는 이들이 160만 명을 넘는다. 평균 A학점에 각종 스펙을 갖추고도 대기업 입사가 어렵고, 설사 입사해도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에 불과하다. 100세까지 살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 일자리도, 결혼도, 주택도, 출산과 육아도 포기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늘었는데, 그동안 방치해서 뒤틀린 기업, 교육, 노동, 복지제도 간 고삐를 죌 경장(更張)의 시도는 찾을 수 없다. 단기 땜질 위주 정부 정책. 양당 독점에 안주하는 정치권. 국가 미래 구상은 누구의 안중에도 없다. 당장 다음 선거의 틀조차 합의 못한 19대 국회가 막을 내린다. 분노가 치민다. 그러나 미래 한국의 대주주인 젊은이들이여. 매의 눈으로 멀리 보고 냉정히 대비하자.
둘째, 순응과 체념보다 탈인습의 도전정신이 절실하다. 각자도생의 경쟁 논리를 벗어나 공감과 배려의 폭을 넓히자. 반칙에 무심하고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옐로카드를 들이대는 당돌함이 아쉽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중요한 역사적 기여를 했지만, 해결 못한 과제도 많이 남겼다. 예를 들면 ‘품격 있는 사회’.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 없이는, 더 이상의 성장도, 몰려오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효과적 대비도 어렵다. 개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사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셋째, 과거 성공 공식에 집착하지 말자. 취업 잘된다는 전공을 찾아 줄서는 시대는 갔다. 일사불란한 거대조직 기반 산업화 패러다임은 지고, ‘조직 없는 조직화’라는 네트워크형 혁신의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 통제보다는 적응, 예측보다는 창발, 전문화보다는 다양화, 동원보다는 공감이 중요해졌다. 한국의 거대 기업 삼성이 중국의 신생 업체 샤오미의 개방형 전략에 쩔쩔매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0년 후 사라질 직업에 줄서지 말라. ‘지식소비형’ 학습을 통해 스펙을 쌓아 평생직장을 향한 대기열(queue)에 줄서는 획일적 경쟁 대신, 그대의 감각을 믿고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서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찾는 ‘지식생산형’ 능동학습의 힘을 믿으라. 어디서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평생을 이어갈지 프로티언(Protean) 경력 개발이 훨씬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그것은 과거 경험과 전혀 다를 것이다. 병신년 새해, 니부어의 기도를 떠올린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갖기를, 그러나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바꾸는 용기를 발휘하기를, 아울러 ‘이 둘을 구별하는’ 예리한 지혜를 갖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