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스마트폰 온라인게임 통해 처음 접해 … 일반인 도박중독률 5.4%
공인이 아닌 일반인도 도박에 쉽게 노출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2014 도박문제관리백서’에 따르면 일반인 도박 중독률은 5.4%로 만 20세 이상 인구 3822만명 중 207만명이 도박중독 유병자로 추정된다.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도박클리닉 연구팀이 도박중독 환자 110명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9명(34.7%)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27명(24.8%), 40대 24명(21.5%), 50대 이상이 20명(19%)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20대 도박 경험자 중 다수가 10대부터 도박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기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온라인 도박게임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사행활동 경험률은 30~40대, 도박중독률은 30~50대가 가장 높으며 대부분 20대에 첫 사행활동 경험을 한다. 특히 온라인게임으로 첫 사행활동을 접했다고 답한 사람 중 57.6%가 10대로 나타나 젊은 연령층의 사행활동 및 도박중독 위험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도박으로 손해본 금액은 1억~5억원 미만이 48.5%, 1000만~1억원 미만이 26.7% 정도로 확인됐다. 하지만 5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사람도 23.8%에 달해 금전적 피해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도박중독이 심각한 데도 치료 시기는 매우 늦은 편이다. 최삼욱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을 시작한 연령은 평균 28세이지만 치료를 위해 약 10년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이유는 치료를 꺼리는 도박중독자의 심리적 특성, 전문클리닉 및 지역사회 도박 관련 센터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청소년 및 조기 성인기에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명확히 확산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도박과 관련돼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가’와 ‘점점 더 많은 금액이나 시간을 배팅에 사용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도박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누가 도박에 쉽게 중독되느냐에 대한 해답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중독장애에 일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심경옥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충동적이고 보상에 크게 반응해 중독에 취약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이 도박이나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것은 승패에 따른 보상에 더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 수치가 높을수록 쾌감을 느끼는 뇌 영역인 ‘복측 선조체’가 잘 활성화된다. 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활성화 정도를 확인한 결과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6.11pg/㎗인 남자 청소년은 14.48pg/㎗인 여자 청소년보다 게임 등을 통해 보상받을 때 복측 선조체가 더 활성화됐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은 충동적이고 위험을 잘 감수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은 과음이나 도박 등 위험한 상황에서 욕구를 잘 절제하지 못하고 쾌락을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서 중독될 위험이 높다. 이밖에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이 도박중독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서적·성격적 요인도 한몫한다. 도박중독자는 자극추구형과 현실도피 및 적응장애형으로 구분된다. 자극추구형은 타고난 도박꾼으로 볼 수 있다. 자극추구형은 어릴 때부터 유독 내기를 좋아하거나, 경쟁적이거나,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사람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들은 카지노나 경마 등 즐기는 도박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고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도박중독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제제와 기분조절제 등 우울증치료제,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 등 갈망해소제를 이용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중독인정 등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도박중독은 재발이 쉽지만 분명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도박중독자 스스로 치료받길 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어 주변 사람들이 치료를 권유해야 한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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