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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에 초록색 바디페인팅 헤드윅 ‘엘파바’…뮤지컬 분장의 세계

입력 | 2016-01-04 16:26:00


뮤지컬 배우에게 분장은 자기를 내려놓고 무대 위 캐릭터로 변해가는 첫 관문이다. 무대 분장은 배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올해는 ‘위키드’ ‘헤드윅’ 등 특수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여럿 무대에 오른다.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등에서 활약한 27년 경력의 김유선 분장 감독, ‘헤드윅’ ‘위키드’ ‘프리실라’ 등을 맡아온 채송화 분장 실장, ‘프랑켄슈타인’ ‘영웅’ 등을 담당한 양희선 분장 디자이너 등을 통해 뮤지컬 분장의 세계를 살펴본다.

●배우가 직접 분장하는 ‘레미제라블’

3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은 배우가 직접 분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외국의 경우 주인공 장발장까지 스스로 분장을 하지만, 한국은 장발장 배우만 스태프들이 분장해준다”고 말했다. 분장의 콘셉트는 민낯에 가까운 ‘내추럴 메이크업’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얼굴에 ‘때’를 묻히는 것이다. 2013년 영국 웨스트앤드 레미제라블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 역을 맡은 배우 전나영은 “영국과 한국 모두 동일한 방식인데, 기초메이크업 후 검은색 페이스페인트를 묻힌 물티슈를 이용해 얼굴과 몸 등에 문지른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샤롯데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분장은 원작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특히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메이크업은 원작 영화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비비안 리의 모습을 구현하는 게 포인트다. 눈 화장은 눈꼬리를 올리고, 보라색 새도우를 통해 눈이 깊어 보이는 효과를 만든다. 가발 역시 비비안 리의 머리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 특이한 점은 입술 메이크업만큼은 배우가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같은 배역도 배우별로 다른 ‘프랑켄슈타인’

2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중인 ‘프랑켄슈타인’은 같은 캐릭터라도 배우별로 개성을 드러내는 분장 메이크업을 한다. 모든 주연배우가 1인 2역을 맡는데, 프랑켄슈타인 역의 배우는 2막에서는 여성스럽고 익살스런 남자 ‘쟈크’ 역을 맡는다.

양 디자이너는 “쟈크역을 맡은 전동석 유준상 박건형 세 배우의 메이크업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전동석은 입술과 머리 색깔을 오렌지색으로 통일해 ‘게이’ 느낌을 내고, 박건형은 배우의 의견을 존중해 블랙 스모키로, 유준상은 핑크계열의 볼 터치를 강조해 개구쟁이 느낌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특수 분장에 가까운 ‘위키드’ ‘헤드윅’

3월과 7월 잇달아 공연되는 ‘헤드윅’과 ‘위키드’는 특수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록마녀로 유명한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 역의 배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콜타임(공연 전 배우가 공연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빠르다. 그만큼 분장에 들이는 공을 많이 들인다.

엘파바 메이크업에서 포인트는 초록색 피부표현이다. 초연 당시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 박혜나는 맨얼굴에 염소털로 만든 큰 솔을 이용해 초록색 바디페인팅 물감을 전체적으로 얼굴과 목, 귀 안쪽까지 촘촘히 채워 바른다. 채 실장은 “본래 피부가 50%쯤 비치게 발라야 조명을 받았을 때 얼굴 윤곽이 잘 드러나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조정석 조승우 윤도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온 헤드윅은 ‘남장 여자’ 주인공의 화려한 메이크업이 특징이다. 헤드윅 분장은 얇고 섬세한 눈썹과 글리터(반짝이 가루)로 치장한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이 특징이다. 얇게 그린 눈썹은 특수 분장으로 이뤄진다. 배우들의 기존 눈썹을 왁스와 접착제를 이용해 가린 뒤, 눈썹용 연필을 이용해 그려 넣는 방식이다.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