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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부터 챙긴 이재용, 솔직함 강조한 최태원

입력 | 2016-01-05 03:00:00

눈길 끄는 재계리더 신년행보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16년 SK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 때문인지 4일 기업들의 신년회는 차분하게 치러졌다. 재계 총수들은 예년처럼 각 그룹 임원들과 함께한 신년모임에서 많은 시간을 위기의식 고취에 할애했다. 떠들썩한 송년회가 사라진 지난해 말 풍경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 침묵 깨고 신년회 나온 최태원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뜻과 함께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고백한 뒤 침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신년 하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최 회장은 우선 “SK그룹은 지난해 창업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0조 원을 경신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이라며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1시간여 동안 이어진 신년회에서 최 회장은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물고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본인이 준비해 온 신년사를 낭독할 때는 박수가 나올 때마다 자제시키는 등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신년회 참석에 대해 개인사 때문에 그룹 경영에 더이상 누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본인도 혼외자 공개 당시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이날 신년사에서 “서로에게, 그리고 시장에게 솔직할 때 소통의 코스트(비용)가 줄어들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 신년회 데뷔한 이재용, 제2창업 선언한 금호家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사실상 ‘신년회’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경기 기흥사업장과 수원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등 부품(DS) 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들과 함께 시무식 행사를 가졌다. 5일에는 금융 계열사 등과도 같은 방식으로 신년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매년 초 신년사를 발표했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리적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쌓아온 이 부회장이 가장 그다운 시무식 행사를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계열 분리를 선언한 금호가 형제는 나란히 ‘제2창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 70주년을 맞아 제2창업의 출발을 다짐하고자 올해 경영방침을 ‘창업초심(創業初心)’으로 정했다”며 영속기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이윤경영, 품질경영, 안전경영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계열 분리로 인해 우리는 명확한 ‘좌표’를 확보하게 됐다”며 “그러나 이제는 강을 건너기 위해 사용한 뗏목을 버리고 바다를 건너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바야흐로 새로운 창업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 이색 신년회도 많아


코오롱그룹은 시무식에서 올해로 4년째 경영화두를 담은 배지를 제작해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올해 나눠준 배지에는 경영지침인 ‘Connecture’(connect와 future의 합성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돋보기를 형상화한 모습을 담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임직원들은 사무실이 아닌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한 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사 임직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에게 ‘세븐카페’ 한 잔과 도넛, 핫팩, 자체브랜드(PB) 과자로 이뤄진 꾸러미 1000여 개를 두 시간 반 동안 무료로 나눠줬다.

롯데슈퍼 임직원 150명의 신년회 이벤트는 헌혈이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서울 송파구 롯데슈퍼 본사를 찾아 채혈 행사를 진행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백연상·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