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여야 대표 등을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나 국회 경색 등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의례적인 행사에 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제1 야당 지도부의 신년 인사회 불참은 처음이다. 작년엔 당이 비상 상태인데도 문희상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고 2014년엔 김한길 대표가 나왔다.
청와대 신년 인사회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 아닌 국가원수 자격으로 주최하는 성격이 강하다. 1년에 한 번이나마 여야나 정파를 떠나 국가의 지도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 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는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다. 제1 야당이 그런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것은 협량의 정치다.
문 대표는 1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했을 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엔 가지도 않았다. 작년 2월 당 대표로 당선되자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열심히 했다”더니 지금은 국민 통합에 관심이 없어졌다는 뜻인가. 2012년 그는 대선 후보 자격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찾았었다. 생각과 이념이 다르면 마주하지도 않는 문 대표의 자세 때문에 독선과 증오의 ‘따로 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호남은 누구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풍토에서 ‘좋다, 손해 보자. 그러나 대의를 향해 가자’는 윤리의식이 있다”고 했다. 30년간 단 하나의 정당만 지지했던 호남이 최근 야권 재편의 진원지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과 반목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원수와의 신년 인사회도 가지 않는 문 대표는 새 당명에 왜 ‘더불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