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를 아십니까] 10∼15세 폰으로 정보얻어 조숙… 현실 눈떠 취직-성형-연애 고민 “돈 없어도 꿈 실현 가능” 49%뿐
“네 아버지는 중소기업 사장이니 나중에 거기 취직하면 되겠네.” “야, 너희 집은 못 사니까 ‘기균충’이라도 노려 봐.”
김모 군(14)이 전하는 경기 구리시의 한 중학교 교실 안 풍경이다. 기균충이란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대학전형인 기회균등선발전형을 비하한 표현이다. 김 군 또래에겐 기균충은 ‘흙수저’와도 통한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벌써부터 취업난을 걱정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급’을 형성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과거 부모세대보다 훨씬 조숙해지고 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한 달간 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이들은 놀랄 만큼 빨리 ‘어른의 세계’에 눈을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 같은 아이, 즉 ‘어른이’가 많아지고 있다. 어른이의 등장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와의 간극이 커져 아이들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고 진단했다.
외모,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세도 깊어졌다. ‘사회생활을 할 때 예쁜(잘생긴) 외모가 도움이 된다’고 답한 아이들은 63.6%.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6%는 ‘추후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학생 70.6%가 화장을 한 적이 있었고, 중학생은 26.6%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뇌가 성숙한 게 아니라 사고나 행동이 어른인 척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아이다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어른이
김재형 monami@donga.com·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