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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낳은 ‘어른이’들

입력 | 2016-01-05 03:00:00

[‘어른이’를 아십니까]
10∼15세 폰으로 정보얻어 조숙… 현실 눈떠 취직-성형-연애 고민
“돈 없어도 꿈 실현 가능” 49%뿐




“네 아버지는 중소기업 사장이니 나중에 거기 취직하면 되겠네.” “야, 너희 집은 못 사니까 ‘기균충’이라도 노려 봐.”

김모 군(14)이 전하는 경기 구리시의 한 중학교 교실 안 풍경이다. 기균충이란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대학전형인 기회균등선발전형을 비하한 표현이다. 김 군 또래에겐 기균충은 ‘흙수저’와도 통한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벌써부터 취업난을 걱정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급’을 형성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과거 부모세대보다 훨씬 조숙해지고 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한 달간 만 10∼15세의 수도권 아동·청소년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이들은 놀랄 만큼 빨리 ‘어른의 세계’에 눈을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 같은 아이, 즉 ‘어른이’가 많아지고 있다. 어른이의 등장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수저 계급론 같은 사회 이슈, ‘헬조선’ 등 어른이 하는 고민을 여과 없이 접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번 조사에서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 응답자는 전체의 49.2%, 절반이 채 안 됐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친구의 배경(부모의 재력 등)이 좋아 의견을 들어준 적이 있다’는 답은 32.6%였다.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 미스코리아 같은 꿈을 외치던 아이들은 줄어들고 현실을 고민하는 어른이가 많아진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와의 간극이 커져 아이들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고 진단했다.

외모,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세도 깊어졌다. ‘사회생활을 할 때 예쁜(잘생긴) 외모가 도움이 된다’고 답한 아이들은 63.6%.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6%는 ‘추후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학생 70.6%가 화장을 한 적이 있었고, 중학생은 26.6%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뇌가 성숙한 게 아니라 사고나 행동이 어른인 척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아이다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어른이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 행동이나 말투는 어른 뺨치게 조숙하지만 속은 여물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일컫는다.

김재형 monami@donga.com·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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