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국교 단절] 국내 건설업계 신규수주 타격… ‘이란 특수’ 사라질까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극한 대치로 중동 정세가 짙은 안갯속에 빠지면서 국제유가도 방향을 알 수 없는 널뛰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갈등이 길어질 경우 해외 건설의 텃밭인 중동 수주가 더욱 위축되는 등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경영 매체인 쿼츠는 “당장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시아파 거주지와 인접한 사우디 동부 아와르 유전지대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치킨게임’을 벌이면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더 떨어지는 등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공급량을 늘리고 사우디가 시장점유율 경쟁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심해져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예상돼 신규 수주를 기대했는데 중동 분쟁이 길어질 경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무력 분쟁 등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만 않는다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장은 “사우디와 이란 모두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사태 확산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이란 갈등에도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게 업계로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중동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국은 사우디와 이란 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신중하게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