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 전문가에게 듣는 뮤지컬 ‘분장’의 세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릿 오하라 역의 배우 김지우 분장 과정. 도도하고 앙칼진 오하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보라색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택했다.(上) 보라색 아이섀도를 눈 라인에 맞춰 바른다. (中) 눈두덩 중앙에 흰색 섀도로 포인트를 준 뒤 검은색 아이라인을 길게 뺀다. (下) 배우가 직접 오렌지색 립스틱으로 입술 화장을 마무리한다. 쇼미디어그룹 제공
올해는 ‘위키드’ ‘헤드윅’ 등 특수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 여럿 무대에 오른다.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등에서 활약한 27년 경력의 김유선 분장 감독, ‘헤드윅’ ‘위키드’ ‘프리실라’ 등을 맡아온 채송화 분장 실장, ‘프랑켄슈타인’ ‘영웅’ 등을 담당한 양희선 분장 디자이너 등을 통해 뮤지컬 분장의 세계를 살펴본다. 》
3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레미제라블’은 배우가 직접 분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외국의 경우 주인공 장발장까지 스스로 분장을 하지만, 한국은 장발장 배우만 스태프가 분장해준다”고 말했다. 분장의 콘셉트는 민낯에 가까운 ‘내추럴 메이크업’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얼굴에 ‘때’를 묻히는 것이다. 2013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레미제라블의 팡틴 역을 맡은 배우 전나영은 “영국과 한국 모두 동일한 방식인데, 기초 메이크업 후 검은색 페이스페인트를 묻힌 물티슈를 이용해 얼굴과 몸 등에 문지른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분장은 원작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특히 여주인공 스칼릿 오하라의 메이크업은 원작 영화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비비언 리의 모습을 구현하는 게 포인트다. 눈 화장은 눈꼬리를 올리고, 보라색 섀도로 눈이 깊어 보이는 효과를 만든다. 가발 역시 비비언 리의 머리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 특이한 점은 입술 메이크업만큼은 배우가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 같은 배역도 배우별로 다른 ‘프랑켄슈타인’
2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프랑켄슈타인’은 같은 캐릭터라도 배우별로 개성을 드러내는 분장 메이크업을 한다. 모든 주연 배우가 1인 2역을 맡는데, 프랑켄슈타인 역의 배우는 2막에서는 여성스럽고 익살스러운 남자 자크 역을 맡는다.
○ 특수 분장에 가까운 ‘위키드’ ‘헤드윅’
3월과 7월 잇따라 공연하는 ‘헤드윅’과 ‘위키드’는 특수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록마녀로 유명한 위키드의 주인공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콜타임(공연 전 배우가 공연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빠르다. 그만큼 분장에 공을 많이 들인다.
엘파바 메이크업에서 포인트는 초록색 피부 표현이다. 초연 당시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 박혜나는 맨얼굴에 염소털로 만든 큰 솔을 이용해 초록색 보디페인팅 물감을 전체적으로 얼굴과 목, 귀 안쪽까지 꼼꼼히 바른다. 채 실장은 “본래 피부가 50%쯤 비치게 발라야 조명을 받았을 때 얼굴 윤곽이 잘 드러나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