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한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학
프로선수의 도박 사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 잘못 넘기다가는 담합과 승부조작으로 이어져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승부조작이나 도박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진학을 위해 상부상조하며 입상 실적을 만들어 주기 위한 승부조작 문화에 익숙해 있을 수도 있고,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 승리지상주의는 선수들의 올바른 도덕성 함양을 가로막아 왔다. 그렇게 성장한 선수가 은퇴 후 지도자가 되어 후배들에게 지난 시대의 관행을 대물림하기도 한다.
구단과 리그의 안이한 대처도 이제는 개선할 때가 됐다. 프로스포츠의 도박, 승부조작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단은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조용히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대응 이외에는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윤리적 과오를 저질렀을 때 즉각적인 사과와 관련자 문책,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소홀히 했다.
도박에 연루된 선수에 대한 처벌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는 도박과 승부조작 선수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사건에 따라, 해당 선수와 구단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과오가 있어도 모기업에서 무마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프로선수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평생 운동만 해온 프로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무엇을 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도박과 승부조작의 주범이 아니라면 재기의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
김기한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