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공주형 한신대 교수가 ‘생각하는 미술관’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공 교수는 매주 명화 속 뒷얘기와 함께 사유의 기회를 제공해 드립니다.》
메리 카사트의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1879년).
허세적 보여주기와 관음증적 엿보기는 언제 시작된 걸까요. 적어도 근자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메리 카사트(1845∼1926)의 ‘검은 옷을 입은 오페라 극장의 여인’을 보면 말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에서 인상주의 미술가로 활동했습니다. 나폴레옹 3세 주도로 파리가 근대 도시로 탈바꿈할 무렵이었지요. 당시 파리엔 오늘날 블로그나 페이스북과 흡사한 성격의 공간들이 잇따라 출현했습니다. 오페라 극장도 그중 하나였어요.
이 그림 속 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온라인 세상에 스스로를 전시하고 만족하는 몇몇 블로거를 떠올립니다. 남의 삶을 추종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몇몇 팔로어를 겹쳐봅니다. 타인 앞의 내가 흥미로운 볼거리로 간주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 앞의 타인이 가혹한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이 온전한 존재를 위한 진짜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