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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창업’ 탓… 자영업자 빚 520조

입력 | 2016-01-06 03:00:00

식당 등 경기민감 업종에 몰려… 중복 대출 많아 부실 위험 높아




2013년 말 회사를 그만둔 최모 씨(61)는 지난해 초 동네의 상가건물을 임차해 낙지 전문점을 차렸다. 개업 초기만 해도 손님들이 어느 정도 북적댔지만 시간이 갈수록 식당은 썰렁해져만 갔다. 최 씨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아들과 며느리까지 데려다 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한 달에 수백만 원인 임차료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최 씨는 결국 개업한 지 1년도 안 된 지난해 말 사업을 접었다. 임대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 씨가 은행에서 빌린 3000만 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최근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총 520조 원에 육박했다. 이 대출이 최근 음식·숙박업 등 경기민감 업종에 몰리면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5일 발표한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519조5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 중 담보인정비율(LTV)이 70%를 넘는 고위험 대출이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 LTV가 높으면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을 때 담보를 내놔도 나중에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 가계부채에 이어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사업자 대출(작년 9월 말 기준) 가운데 34.4%가 부동산 임대업에 몰려 있었고, 도소매업(16.9%), 음식·숙박업(10.2%) 등의 비중이 높았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업자 대출이 주로 경기를 많이 타고 소득 흐름이 불규칙한 업종에 몰려 있어 일반 가계 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빚을 얻어 자영업에 뛰어들어도 사업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치킨집, 커피숍을 포함한 음식·숙박업처럼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일부 업종에 자영업자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창업 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2%에 그쳤다. 10개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은 창업한 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특히 음식·숙박업종의 3년 생존율은 28.5%로 예술·스포츠·여가(27.6%)를 제외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