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선수 사재혁. 스포츠동아DB
새해 벽두부터 우리 체육계가 시끄럽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역도의 간판인 사재혁(31)이 폭행 파문을 일으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술을 먹어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저 기가 차고 놀라울 따름이다. 폭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사재혁 사태’는 여전히 우리 체육계에 만연해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체육계는 다른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스승·제자간,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다. 윗사람에게 ‘노(no)’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닌 반항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사라지지 않는 폭력은 우리 체육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남자쇼트트랙에서, 최근에는 루지에서 폭행으로 인한 불상사가 벌어졌다. 선배가 후배를 때리기도 했고, 코치가 선수에게 무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2014년부터 (성)폭력을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입시비리, 조직사유화와 함께 ‘스포츠 4대악’으로 규정하고 척결 노력을 기울여왔다. 경찰, 검찰과 함께 4대악을 뿌리 뽑기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우리 체육계에는 불편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사재혁 사태로 또 한번 확인됐다.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강력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폭력은 무엇보다 체육계 구성원 개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근절될 수 있다. “우리 때는 다 맞으면서 운동했다”며 폭력에 대한 기억을 추억으로 미화시키는 구시대적 정신 상태로는 폭력 없는 체육계를 결코 만들 수 없다.
덧붙여 폭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대한역도연맹이 사재혁에게 신속하게 ‘자격정지 10년’의 처벌을 내린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사재혁은 ‘오뚝이 역사’로 불리며 우리 국민에게 한때 큰 감동을 안겼던 스타다. 우리는 이번 일로 영웅을 하나 잃었다. 그러나 그가 영웅 소리를 들으며 뒤로는 후배들을 때리는 ‘폭력 선배’로 계속 남았다면 우리 체육계는 더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