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왼쪽)과 임창용, 이들은 한때 KBO리그를 쥐락펴락하던 투수들이었지만, 떠나는 모습은 다르다. 손민한은 마운드 위에서 명예회복을 한 뒤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지난해까지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던 임창용은 불미스러운 일로 불명예 은퇴 위기에 몰렸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손민한, 선수협 비리 무혐의 판결 받았지만
명예로운 은퇴 위해 마운드 올라 팬심 돌려
임창용, 사과문으론 여론 돌리기에 역부족
2013년 6월 5일 마산구장. NC 손민한은 1378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라 5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다음날 손민한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정중한 사양이었다.
손민한은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던진 후 뵙고 싶다.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이 계신데…”라며 “더 많은 분들이 웃으실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다시 언론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돌아서려던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전날 등판 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굉장히 긴장도 했던 것 같다. 모처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NC가 신생팀으로, 내가 유니폼을 입는 과정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2012년 8월 법원은 손민한에게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동료 및 선후배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복귀하기 위해 2013년 선수들에게 사죄문을 돌렸고, 은퇴식에 자신을 부른 박재홍의 배려로 공개사과도 했다. 손민한이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시 마운드에 서려고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욕을 먹어가며 왜 돌아오려 하느냐’는 한 야구선배의 말에 손민한은 “아이들이 인터넷에 아빠의 이름을 치면 범죄자처럼 나오게 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는 2015년 40세의 나이로 11승을 거두며 명예롭게 은퇴했다. 3년 동안 스스로 공을 던지며 법원이 아닌 여론의 무죄선고를 이끌어냈다.
손민한의 2년 후배인 임창용은 얼마 전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창용은 KBO리그에서 통산 114승232세이브를 거뒀을 뿐 아니라 일본 최고의 마무리투수, 메이저리그 등판 경험 등까지 기록과 경력에서 모두 손민한에 앞선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차를 받고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됐지만, 임창용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의 마무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 또한 3년 전 손민한이 그랬듯 명예로운 은퇴일 것이다.
그러나 임창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손민한 때보다 더 차가운 분위기다. “마지막 기회는 주고 싶었다”며 손민한에게 손을 내밀었던 NC 김경문 감독처럼 임창용을 위해 큰 비난을 감수할 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