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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베이스볼] 롯데 조원우 감독, 리빌딩 힌트는 ‘김기태’

입력 | 2016-01-06 05:45:00

롯데 조원우 감독-KIA 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스포츠동아DB


롯데 우승보다 팀 체질 개선이 우선 목적
1년 전 KIA 김기태 감독 데뷔 때와 비슷
팀 장악력 대신 ‘포용의 리더십’에 주목


롯데 조원우 신임 감독에 대한 야구계의 평판은 호평 일색이다. 롯데와 SK에서 코치를 역임하며 인품과 역량을 두루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롯데 이윤원 단장 역시 조 감독 선임 배경을 두고 “오랫동안 지켜보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롯데가 가을야구를 못했음에도 다시 초보 사령탑을 선임하는 모험을 감수한 데는 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자리한다.

취임하자마자 장원준(두산행)을 잃었던 1년 전 이종운 전 감독 때와 달리 롯데는 조 감독에게는 큰 선물을 안겼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을 데려와 불펜을 보강해준 것이다.

그러나 좋은 얘기는 딱 여기까지다. 야구계에서 조 감독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험지’로 갔다는 우려의 시선에 무게감이 쏠린다.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감독을 처음 맡을 때는 강팀에서 맡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감독이 실수를 해도 덮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축적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길이 보인다.” 단명 감독을 보면 대개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도저히 초보 감독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한 경우가 많다. 삼성 류중일, 두산 김태형 감독처럼 취임 첫 해 우승을 이뤄낸 리더는 개인적 매력에 더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최적의 팀을 만난 경우도 있다.

이 대목에서 조 감독은 바로 1년 전, 2015년의 KIA 김기태 감독과 유사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런트가 그들을 감독으로 임명한 목적이 우승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팀 체질을 바꿔달라는 데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롯데 조 감독이 KIA 김 감독보다 유리한 조건은 딱 하나다. 객관적 전력이 약간 낫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2015년 KIA의 전력이 아주 열악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김 감독의 리더십에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프런트는 김 감독에게 전폭적 지지를 실어줬고, 코치진 조각에서도 김 감독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런 기류가 김 감독이 지닌 개인적 매력과 합쳐지면서 팀을 장악하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반면 조 감독은 사실상 혈혈단신 롯데로 들어갔다. 조 감독이 영입을 시도한 코치들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따라오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이 실권을 쥔 KIA와 달리, 롯데 프런트와 조 감독은 협업을 통해 팀을 끌고 가야 한다. 롯데 프런트는 “이종운 전 감독님 때와 같은 전권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역학관계상 조 감독에게 힘이 집중되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롯데 감독으로서 성패를 가를 요소인 선수단 장악 여부에서 조 감독은 김 감독보다 불리한 환경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다 개인적 성향까지 겹쳐서 조 감독은 장악보다는 포용에 무게중심을 두는 출발을 알렸다. 스프링캠프 전 체력테스트를 실시해 선수단 기강을 잡는 김 감독과 달리 조 감독은 체력테스트를 없앴다. 기존 선수들의 기득권도 일정부분 인정해줄 듯하다. 단, 강단 없이 끌려가진 않겠다는 원칙은 세웠다. 조 감독은 “캠프에서 훈련을 못 따라오는 선수는 누구라도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알아도 아무나 할 수 없던 롯데의 리빌딩, 조 감독의 레시피가 궁금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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