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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 “빠른 야구, 포수 빼고 다 뛴다”

입력 | 2016-01-06 05:45:00

LG 양상문 감독이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 로고가 새겨진 공을 오른손에 잡고, 왼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현역시절 좌완투수였던 양 감독이 왼팔로 들어올린 엄지, 양 감독이 가슴 속 바라는 LG의 미래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e00@donga.com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 구상

2. LG 양상문 감독

주루플레이, 센스보다 더 중요한 건 의욕
4∼5개월 집중 훈련, 경기에서 나올 것
작년 실패했지만 선수층 가능성은 확인
정의윤·이진영 보낸 건 팀을 위한 결정


LG 양상문(55) 감독은 2015시즌을 실패라고 했다. 전체 9위, 사실상 최하위인 팀 성적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 스스로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러나 실패 속에 얻은 수확은 분명히 있다. 선수단에서 감지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그것이다. 양 감독이 자신 있게 말하는 ‘달라진 LG’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비단 2016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양 감독은 “난 다른 건 안 본다. ‘팀 LG’만 본다”며 “욕 안 먹고 편하게 있다가 그만둘 수 있지만 그렇게 감독을 하려고 지휘봉을 잡은 게 아니다. 내가 떠나도 LG는 10년, 20년 비전(vision) 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 선수들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팬들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죽도록 뛰는 팀.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강팀 LG다”고 강조했다.

● “2015년은 실패! 그러나…”

-2016년이 밝았지만 2015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2015년을 평가한다면.


“실패한 시즌이다.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부상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핑계는 대지 않겠다. 부상 또한 훈련강도라든지, 휴식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탓이다. 책임져야 한다.”

-사실상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사람과 사람간 문제가 있었고, 야구적으로도 부족한 게 있었다. 나 또한 선택을 잘못했다. 변화라는 게 한순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리더니까 과감하게 결단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실패를 통해 얻은 부분은 뭔가.

“변명 같아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선수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팀은 주전 선수가 빠지면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선수가 딱히 없었다. 지금은 주전 선수가 빠져도 공백을 적절히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 생겼다.”

-지난 시즌 눈에 띈 선수들은 누구인가.

“개개인 특색 있는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외야진이 탄탄해졌다. 일단 임훈이 오면서 외야수비가 많이 안정됐고, 안익훈도 수비에 강점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문선재, 이천웅 등 여러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6년 LG는 빠른 야구를 한다!”

-지난해 팀 타율이 0.269로 9위였다. 공격에서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지는 것은 아니다. 단,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외부에선 LG의 문제점으로 장타력 부재를 꼽지만, 우리는 멀리치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 잠실에선 20홈런 이상 치기가 어렵다. 한 베이스 더 가는 빠른 야구,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득점을 올리는 쪽으로 선수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병규(7번)에게 2루타를 많이 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이)병규는 좋은 타구를 때려낼 줄 아는 타자다. 그런데 장타를 치려고 크게 스윙만 하다가 타율, 타점을 다 놓쳤다. (이)병규에게 ‘2루타만 쳐도 된다. 홈런은 잠실이 아닌 밖에 나가서 치라’고 주문했다.”

-빠른 야구를 강조하고 있는데 팀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한 시즌에 도루 40∼50개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내가 말하는 LG의 빠른 야구는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야구다. 상대팀들이 우리를 만나면 편하게 야구하는 게 눈에 보인다. 1안타면 한 베이스에, 출루해도 뛰는 선수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생각하던 LG 야구에서 탈피해 타자들이 출루하면 기본 2베이스, 그 이상 가려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상대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포수 정상호 영입 취약포지션 보강…내 임무는 LG를 강하게 만드는 것”

-런&히트 같은 작전야구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건가.

“꼭 작전을 많이 쓰겠다는 게 아니라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뜻이다. 찬스를 포착해서 과감하게 뛸 수 있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안 해왔으니까 못한 거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실패해도 된다. 그동안 너무 안전하게 야구를 해왔다.”

-주루플레이에는 선수들의 센스가 필요하다.

“주력에서 센스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뛰려는 의욕이다. 안타 치고 출루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다. 마무리훈련 때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도 뛰려는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었다. 출루한 뒤에 허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만 해도, 그것만으로 성공이다.”

-올 시즌에는 빠른 LG를 볼 수 있는 것인가.

“포수 (최)경철이, (유)강남이, (정)상호를 제외하고 다 뛸 수 있다.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4∼5개월 정도 훈련하니까 가능하다고 본다. 유지현 수비코치와 한혁수 주루코치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제 게임을 통해서 나오게 하는 게 관건이다.”

● “주전과 주전 같은 백업이 구축!”

-포수 정상호를 데려왔다.


“가장 취약했던 부분을 보강할 수 있어 기쁘다. (정)상호는 144경기 중에서 50%만 건강하게 뛰어주면 된다. 선발출장을 안 할 때는 7∼9회 마무리캐처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머지 50%는 (최)경철이와 (유)강남이가 있으니 든든하다.”

-포수 외에 포지션 구상은 어떻게 되나.

“가장 좋은 것은 주전 9명이 붙박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전들이 144경기를 풀로 뛰지 못한다. (박)용택이는 지명타자로 배치해 수비부담을 덜어줄 생각이다. 팀의 주축으로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고 타점을 올려주길 바란다. (정)성훈이는 1루수, (루이스) 히메네스는 3루수다. (서)상우와 (양)석환이가 이들의 뒤를 받친다. 2루수는 (손)주인이와 (정)주현이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혹 주전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감독은 더 좋은 선수가 있으면 쓴다. 찬스가 왔을 때 활약하면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강승호, 정주현, 이천웅 모두 심지가 있다. 특히 (임)찬규가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강승호는 (오)지환이 뒤를 받쳐줄 것이다. 지난해 (오)지환이가 정말 고생했다. 늘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웠고, 휴식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올해는 (강)승호가 (오)지환이의 부담을 좀 덜어주길 바란다.”

● “리더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변화의 바람이 긍정적이지만 그 때문에 잡음도 많았다.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LG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기기 위해서 좋은 선수를 게임에 투입시켜야 하지만, 프로선수 자격이 없는 선수는 쓰면 안 된다. 자신의 권리를 앞세우기보다 책임을 질 줄 아는 선수가 프로다.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죽도록 뛰는 게 우리가 할 역할이고 책임이다.”

-트레이드 절대불가였던 정의윤을 SK로 보내고,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명단에 넣지 않아 비난이 거셌다.


“어차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내 머릿속에는 선수 누구의 이름이 아닌, 팀 LG밖에 없다. 솔직히 욕 안 먹고 편하게 감독을 할 순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LG는 그냥 흘러가버리는 팀이 돼버린다. 그렇게 감독을 하고 싶지 않다. LG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팀이 돼야 하고 될 수 있다.”

-구상한 만큼 팀이 바뀌어가고 있나.

“마무리훈련을 하면서 달라진 선수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비단 어린 선수뿐 아니다. 중고참들, 막 제대한 친구들의 마인드가 좋더라.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목표의식이 보였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겠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선수단, 프런트 모두 지난해 창피했던 시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올해는 묵묵히 야구를 했으면 한다. 나도 흔들리지 않고 옳은 길을 가겠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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