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산업부
지난해 12월 29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 범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비동반 청소년 서비스 요금이나 로고 상품 구입을 마일리지로 할 수 있게 된 것. 사실 어쩌다 한번 마일리지를 써보려고 해도 원하는 날짜에 구입 가능한 항공권이 없기 일쑤다. 마일리지를 쌓아둔 채 유효기간이 지나가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허탈함까지 느낀다. 사람들을 가장 황당하게 한 것은 ‘로고 상품’. 100분의 1 크기의 A380 기종 모형 비행기의 마일리지 가격은 3만4000마일, 대한항공 로고가 새겨진 테디베어 인형 세트는 1만2000마일이다. 3만6900원 상당의 ‘제주 퓨어 워터’ 생수 세트는 6000마일이다. 사람들이 여기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을지 따져봤다. 대한항공 인천∼영국 런던 노선을 타면 편도 5652마일이 적립된다. 길이 73cm 정도의 대한항공 모형 비행기를 살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하려면 인천∼런던을 3번은 왕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수 세트도 마찬가지. 5000마일이면 제주도행 편도 티켓과 바꿀 수 있는데, 제주산 물이 제주행 비행기 표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제주산 물이 아무리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해도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외에 제주민속촌 입장권을 살 수 있지만 제주 여행객에 한정되고(성인 1500마일), 비동반 청소년 서비스 요금(구간당 1만 마일)은 보호자 없이 청소년을 외국에 보낼 부모 아니면 딱히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가격으로 마일리지를 쓸 사람은 유효기간이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그사이에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사람들뿐 아닐까.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일리지는 쓸 곳 없이 그냥 쌓이기만 할 것 같다. 마일리지를 빨리 소진시키려는 항공사의 꼼수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기내 면세점 할인 등에 쓸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