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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떠난지 20년… 멀어지는 이름, 깊어가는 전설

입력 | 2016-01-06 03:00:00

6일 학전서 ‘김광석 노래부르기’ 행사




김광석의 영토가 있다. 영원한 서른 즈음의 나라. 고인의 20주기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 앞 김광석 노래비를 시민들이 스쳐 지나며 바라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영원한 서른 즈음의 가객(歌客) 고 김광석(1964∼1996)이 살았다면 올해 쉰둘이다. 그러나 그는 1996년 1월 6일, 서른둘에 서둘러 삶을 마쳤다. 6일은 그의 20주기다.

김광석은 서울 대학로 학전(현 학전블루소극장) 앞에 노래비로 서 있다(2008년 제막).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2010년 조성)에 가면 벽화 속 그가 행인을 반긴다. 하지만 유행의 풍향이 시간 단위로 바뀌는 디지털 음악 서비스에서 그의 이름은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5일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의 소비량을 통합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김광석의 노래 중 지난 5년간(2011∼2015)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연간 종합 차트 400위권 내에 진입한 곡은 단 한 곡도 없었다. BGM(배경음악) 차트에 2014년 ‘서른 즈음에’(350위)와 ‘바람이 불어오는 곳’(366위)이 오른 게 마지막 자취였다. CD 판매(김광석 ‘Best’ 앨범 기준)는 2013년(3만8000장), 2014년(4만2000장)에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만7000장으로 크게 줄었다. 가온차트의 최태영 과장은 “2013∼2014년 방송(‘히든싱어’ ‘응답하라 1994’)에서의 조명에도 디지털 시장의 다수인 젊은 소비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6일 밤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열리는 ‘김광석 노래부르기’ 행사 관람 신청자 수는 예년의 절반에 그쳤다. 학전 관계자는 “신청일이 휴일(2일)인 데다 콘서트 업계 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광석 추모사업회(회장 김민기)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김광석 노래부르기’ 행사를 중단할 계획이다. 사업회 관계자는 “추모 공연 수익과 모금 등으로 5억 원의 추모 사업기금을 조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3억여 원에 그쳤다. 모금을 계속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 콘서트도 축소되고 있다. 2013년 호주 시드니를 포함한 8개 도시, 2014년 13개 도시를 돌며 열린 이 공연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6개 도시를 도는 데 그쳤다.

김광석의 자취가 모두 지워진 건 아니다. 네이버뮤직의 지난해 12월 종합 스트리밍 순위에서 ‘서른 즈음에’(448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734위)은 순위가 높지 않았지만 위너의 ‘공허해’(762위), 빅뱅의 ‘하루하루’(776위)를 제쳤다. 전문가들은 “아이돌과 디지털 중심으로 가요계가 가고 있지만 가요사의 아이콘으로서 그의 가치는 더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김광석은 신화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삶의 굽이굽이(‘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마다 듣게 되는 생활밀착형 음악을 고인만큼 많이 남긴 예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추모사업회는 올해 재단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광석 노래부르기’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같은 경연으로 발전시키는 안도 갖고 있다. 사업회 관계자는 “장학재단 형태로 발전시키는 구상까지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