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신춘문예 시상식서 ‘1인 2역’ 맡게 될 시인 김경주 씨
김경주 씨는 “시를 쓰는 사람으로 시적인 연극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면서 “신춘문예를 통해 그간 해 온 시극 운동을 널리 알리고 더 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 씨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지명도 높은 시인이다. 2003년 시인으로 등단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비롯해 시집 네 권을 펴냈다. 그런 그가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도전했다.
“시로 데뷔하기 전에 극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 때 연극반을 했는데 연극하는 선배들이 시를 읽더라고요. 연극적 경험을 하면서 시집을 읽는 게 몸에 배었고, 자연스럽게 시와 희곡 등단을 동시에 도전하게 됐어요. 그러다 시인이 ‘먼저’ 된 거죠(웃음).”
그렇다고 희곡을 접은 건 아니었다. 그는 10여 년 동안 시극(詩劇) 운동을 펼쳐 왔다. 시극이란 시의 형식으로 쓰인 연극을 가리킨다. 사실주의 전통이 강한 국내 연극계에선 낯선 시도였다. “작품도 많이 썼어요. 무대에도 올렸고요. 그런데 내 작품이 정밀하게 읽힐 기회가 없더라고요. 내 희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동인들 빼곤 없을 거예요. (그는 문단에서 ‘불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객들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무대에 익숙해져 있고요.”
현장에서 시극운동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35세의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에 입학해 연극을 공부했다. 때마침 한예종 서사창작과에서 시 강의도 할 때였다. 시 강의를 하면서 극 수업도 받던 그는 이번에 시 심사를 하면서 희곡 당선자가 됐다. “시인이 된 뒤엔 극작가 등단을 접었다가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투고한 게 최종심에 올랐어요. (당선 통보를 받았을 때) 동네 마트에서 셔틀콕을 고르던 중이었는데, 가슴에 새털이 한 가닥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약간 부드럽고 따뜻했고, 잠시 어리둥절했어요.”
시인답게 그는 시적인 소감을 전했다. 주변 반응이 어떠냐고 물으니 “반응을 피하고 있다”면서 쑥스러워했다.
당선작 ‘태엽’은 시계수리공의 삶을 통해 인생과 세상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평생 시간을 돌본 사람이지만 키워온 아들 태엽을 찾으러 온 생모와 조우하면서 정작 시간이 자기편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적인 이야기구조로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은유적 화법이 살아 있다.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마음에 숨겨진 시간의 눈금들을 돌아보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이달 그가 쓴 뮤지컬 ‘웰다잉’이 무대에 오른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가 연출을 맡고 배우 김수로가 제작하는 작품이다. “시적인 노래가사를 통한 뮤지컬 작업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시의 무늬, 시 속에 숨겨진 소리를 공간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물론 새 시집도 준비하고 있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