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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령 18세’까지… 핵심법안 처리와 연계하자는 정치권

입력 | 2016-01-06 03:00:00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이 임시국회 막바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구 획정과 노동개혁 5개 법안, 경제 활성화 법안 등 쟁점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가운데 ‘선거 연령 하향 조정’ 카드가 유일한 협상 돌파구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제도를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12월 협상 과정에서 쟁점 법안을 함께 처리한다면 고교생을 제외한 만 18세까지 투표에 참여하게 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며 반대해 더 이상 협상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4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비공개 여야 대표 오찬회동에서 ‘선거 연령 조정’ 문제를 다시 중재 카드로 내밀면서 빅딜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 ‘18세 63만 표’ 승패 가르는 변수 될 수도

통계청이 예측한 올해 만 18세 인구는 63만184명이다. 2014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수 4129만6229명의 약 1.6%에 불과한 수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여야가 논의한 대로 고교에 재학 중인 만 18세 5만6000여 명은 제외될 수도 있다.

역대 투표율에 비춰볼 때 18세 유권자 중 30만∼46만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지역별 유권자가 당락을 결정짓는 총선보다 전국 득표수가 승패를 가르는 대선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문재인 후보를 108만496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2017년 대선에서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경우 18세 유권자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총선 역시 수백 표 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선 18세 유권자를 무시하기 어렵다. 서울의 18세 유권자 10만7941명이 산술적으로 48개 선거구에 약 2200명씩 새로 포함되면서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정략적 빅딜’에 ‘졸속 정치개혁’ 우려도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을 모두 처리한다는 전제하에 선거 연령 조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야 간 도입 시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5일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다른 법안과 연계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바로 시행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올해 총선에선) 전혀 여지가 없다”면서도 2017년 대선부터 적용한다면 당내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 논의 어디에도 선거 연령 하향은 없다”며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선거 제도를 선결 문제로 받으라는 건 선거구 획정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은 “선거 연령 하향은 세계적 추세”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4개국 중 한국과 폴란드만 19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층을 넓혀 실리를 챙기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게다가 문 대표로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무산돼 선거 연령 하향마저 관철하지 못하면 “실익도, 명분도 얻지 못했다”는 거센 당내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선거 연령 조정을 정치적 빅딜 대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 연령 조정 논의는 유권자의 권리 신장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