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라이터, 2016년을 말하다]<2>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생리학, 지리학 전공 교수(79)는 ‘지식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조류학, 생태학, 지리학, 진화인류학, 역사학 등을 섭렵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종횡으로 누비며 인류 문명의 과거와 미래를 담은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같은 책을 냈다. 특히 2005년 국내 번역 출간된 ‘총, 균, 쇠’는 몇 년 전 서울대에서 최다 대출 도서 1위에 오를 만큼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았다. 그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민족 사이의 관계, 문명의 흥망성쇠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동아일보가 e메일을 통해 이런 인류의 거대 화두들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해 절제된 생산과 소비를 강조한다. 그는 “세상에 70억 인구가 있지만, 120억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된다. 그런데도 매일 기아로 5만여 명이 죽는다. 이는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적인 세계질서’다”라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오늘날 환경 파괴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현실적인 것이 됐다. 세계 모든 나라의 자원(물, 흙, 숲, 어류, 에너지)은 위기에 처해 있다.”
―당신은 몇 년 전 환경 파괴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50년뿐”이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이제 새해가 됐으니 그 50년 중에서 1년이 더 줄었다. 우리는 이미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방법을 알고 있다. 새로운 자원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더 빨리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자원을 파괴하는 대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채택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더 큰 정치적 의지다.”
“위대한 리더는 ‘이끌어야’ 한다. 리더는 국민이 정책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1960년대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은 국민이 알제리 독립을 인정하도록 이끌었다. 대다수 미국인은 1941년 진주만이 공격당할 때까지 일본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에 대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국민이 견실한 환경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최근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에는 많은 문제들이 잠재돼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해결책을 조언한다면….
“테러리즘의 원인은 개선의 희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비참한 생활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이 테러리스트를 지지하는 동기가 된다. 모든 나라에는 테러를 저지르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자들이 미국과 일본, 노르웨이, 한국 등에서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희망을 갖기 힘든 나라에서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다.”
―당신은 1998년 ‘일본인의 뿌리’라는 논문에서 한국과 일본은 인종적으로 한 형제나 다름없다고 했다. 양국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조언한다면….
―당신의 책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창의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내 책의 아이디어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답해주기를 기다리는 그 질문들로부터 나온다. 독자들이나 강연의 청중과 이야기할 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생리학자로 출발해 학문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학문의 목적과 방향이 궁금하다.
“내 연구의 목적과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뉴기니(호주 북쪽의 섬)의 새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뉴기니에는 가장 흥미로운 새들과 가장 넓고 아무도 손대지 않은 열대우림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역사와 지리학의 큰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이 문제는 현재 집필 중인 책과 관련이 있는데, 책에는 한 국가가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인을 담을 것이다.”
1937년 미국 보스턴 출생
196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리학 박사학위 취득
196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1997년 ‘제3의 침팬지’로 영국 과학출판상 수상
1998년 ‘총, 균, 쇠’로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수상
2004년 ‘문명의 붕괴’ 출간
2005년 ‘총, 균, 쇠’ 국내 번역 출간. 2013년 서울대 최다 대출 도서에 올라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