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 부추기는 고교 문-이과 정책
올해 2학년 후배들도 같은 일을 겪는 걸 본 A 양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대학은 이공계 모집 인원과 특혜를 늘리고, 문과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억지로 문과에 집어넣는 게 말이 되나요?”
본보 조사 결과 문·이과 비중은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 간 차이가 심했다. 서울에서 이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 중 8곳이 자사고였다. 1위는 양정고로 이과 비중이 67.8%였다. 반면 문과 비중이 높은 10개 고교는 모두 일반고였다. 금옥여고는 이과 비중이 17.5%에 불과하고 문과 비중이 82.5%였다. 이과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교는 모두 남고였다. 문과 비중이 높은 10개교는 도봉고를 제외한 9곳이 모두 여고였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여전히 ‘여학생이거나 공부를 못하면 문과에 가라’는 식으로 진학 지도를 한다. 교원 정원이 법령에 정해져 있어 각 학교가 교사 수급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교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14.1명이다.
현행 교육과정은 문과와 이과를 기계적으로 나누지 않는 게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수업을 일률적으로 진행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문·이과로 나눠 학생들을 가르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자사고와 일반고 간 교육 격차와 양극화 문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정부는 학교가 교사 정원에 융통성을 발휘하게 하고, 각 학교는 학생들에게 문·이과 선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