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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공금은 원장들 쌈짓돈?

입력 | 2016-01-06 03:00:00

원비 빼돌려 고급차 렌트하고 급식비로 친목여행-찜질방 이용
서울교육청, 4명 고발-8억 환수조치




서울 A유치원 원장은 2013년 말부터 9개월 동안 유치원 공금 340만 원을 횡령해 자기 집 관리비와 가스 요금을 내고, 개인 차량의 자동차세를 냈다. 지난해에는 강사들에게 지급할 돈 가운데 1680만 원을 개인 통장으로 이체해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유치원 공금을 개인 용도로 마구 사용하고 급식비를 친목 여행이나 찜질방 비용으로 써 버린 파렴치한 유치원 원장들이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지난해 하반기에 사립 유치원 12곳을 특별 감사한 결과 부실한 운영 실태가 드러났다”면서 “혐의가 중한 원장 3명과 설립자 1명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유치원 원장은 에쿠스 승용차를 개인 용도로 렌트하면서 31개월에 걸쳐 렌트비 4152만 원을 유치원 공금에서 지출했다. 이 원장은 유치원 통장에서 기부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인출해 교육감 후보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C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시설 공사비 명목으로 공금을 빼돌렸다. 2014년 2월 어떤 공사를 했는지 기록도 하지 않은 채 한 공사 업체 이사의 개인 계좌로 5500만 원을 보냈다가 한 달 뒤 배우자의 계좌로 4500만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지도 않은 공사의 견적서를 토대로 엉뚱한 사람에게 2200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 △이미 퇴직한 유치원 설립자가 급여와 판공비 명목으로 1년간 7370만 원을 챙긴 경우 △급식비 회계에서 원장의 친목 여행 경비와 액세서리 구입비, 찜질방 이용비, 병원비 등 204만 원 지출 △학부모들이 낸 교재교구비로 교사들 재킷 4벌을 구입하는 등의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비리가 심각한 유치원 원장과 설립자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부당한 회계 운영으로 확인된 8억6099만 원은 환수해 유치원에 돌려놓도록 조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회계는 정부로부터 받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원비로 조성되는데 원장이나 설립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누리과정 지원금이 유치원 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관련 예산에서 횡령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