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이행에도 악영향… 사우디 “단교 이어 교역-항공 중단” 이란선 “항공편 운항중단” 맞불
중동의 양대 맹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갑작스러운 국교 단절로 이르면 이달 중순으로 예상됐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은 국내 보수파의 반발을 억누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받는 등 국제사회가 부과한 여러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했지만 막판에 사우디발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 사우디를 편들기도, 제재 해제 이후 함께 미래 관계를 풀어 나가야 할 이란을 홀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4일 “사우디를 선택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 관점에서 맞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사우디가 국교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마당에 사우디의 적대국인 이란에 대해 미국이 ‘경제 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안겨 주는 것도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두 나라 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는다면 이란이 간절하게 바라는 경제 제재 해제의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이란 무슬림이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무슬림의 의무인 성지 순례를 보장함으로써 사우디가 갖고 있는 종교적 권위를 지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사우디의 주바이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과 단교를 선언한 것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이란 국내의 외교시설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엔은 또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특사를 사우디와 이란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