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사람들이 죽어간다, 숨진 아이들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
CNN 화면 캡처
“산타바바라 대학의 아이들, 콜럼바인 고등학생들, 그리고 뉴타운 1학년생들… 1학년생까지 (총기 사고로 죽어갔다)”
평소 공식석상에서 논리정연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던 도중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 도중 총기 난사로 어린 학생들이 대거 희생당했던 산타바바라 대학, 콜럼바인 고등학교와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을 일일이 거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뉴타운 초등학교 사건에서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총 27명이 숨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가정도 사랑하는 아이들이 총탄에 죽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이어 “총기난사로 숨진 학생들을 생각할 때면…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양쪽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일이 시카고 거리에선 매일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호흡을 가다듬더니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 주지사, 입법 담당자, 총기 관련 업체 인사들이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해 달라”고 강하고 조용하게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에서 ‘불이 났다’라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당하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백악관 연설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이날 행정명령 발표에 앞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마크 바든이 연단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소개했다. 다른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가족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행정명령은 모든 총기 판매자는 정부의 면허를 얻어 등록하도록 하고 구매자의 신원 조회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인력을 50% 늘리고 해당 인력을 230여명 추가 고용한다.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요원도 200명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외에도 총기 구매자의 정신 감정과 총기 안전 기술 연구 등에 5억 달러(한화 약 6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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