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도가 사시예불에 맞춰 마지(부처님께 올리는 밥)를 올리기 위해 천불전 문을 열고 있다. 전에는 마지도 스님들이 올렸으나 지금은 스님 수가 줄어 신도들이 마지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마지를 올리는 소임을 맡은 신도들은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해야 한다.
한 스님이 새벽 공양을 하기 전 스님들 식탁 바로 뒤의 조왕신을 그려놓은 그림에 예를 올리고 있다. 보통 후원(식당)에 조왕신을 모시는 게 일반적. 의곡사처럼 스님들 식탁 근처에 두는 경우는 드물다.
의곡사에 사시는 스님 네 분이 함께 모여 저녁공양으로 나온 장국수를 먹고 있다.
기자는 사진을 찍는 것이란 피사체가 누구건 ‘내 모습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 비춰진 내 모습을 찍을 수도 있고 내가 지향하는 모습을 찍을 수도 있다. 기자는 조용히 비워낸 스님의 발우에서 ‘말로만 비우기’를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저녁공양에 낼 배추쌈과 콩잎쌈을 만들고 있다.
의곡사 후원(식당)에서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한다.
의곡사 후원(식당)에 마련된 점심 공양. 의곡사 절밥은 맛있고 후하다. 기자가 취재를 왔기 때문에 반찬가지수가 평소보다 늘기는 했지만 보통 7, 8가지의 반찬을 준비한다고 한다. 주지인 원담 스님은 “오신채를 쓰지 않은 음식을 누가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음식을 나누면서 정을 쌓고 기도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두커피는 이제 스님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스님들은 차도 마시지만 요사이는 커피도 차 못지않게 많이 마신다. 커피가 스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싼데다 가짜가 거의 없기 때문. 한 스님이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콩을 갈고 있다.
주지인 원담 스님이 무전을 만들고 있다. 의곡사 절밥이 맛있는 이유는 원담 스님의 철저한 관리 때문이다. 스님이 선호하는 제철 식재료는 솜씨 좋은 ‘후원(식당) 보살’의 손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변해 누구에게나 인심을 얻는다.
원담 스님이 추천한 무밥, 무전, 배추전. 스님이 이 음식을 추천한 이유는 제철 음식일 뿐 아니라 영양이 많아서다. 스님은 “무를 잘 먹으면 동삼이라 할 정도”라며 “결제 중에 스님들의 영양을 보충하는 데는 무가 최고”라고 했다.
《음식은 소중하다.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에 ‘먹는 것은 사는 것’이다. 음식에는 마음이 들어있다. 만든 이와 먹는 이의 마음이 음식을 통해 만난다. 음식은 삶에 활력소를 준다. 색다르고,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은 일상의 재미중 하나다.
대중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먹방’ ‘쿡방’ 덕분이다. 요리는 어렵고 귀찮은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소박하기만 한 스님들의 밥상에도 마음과 즐거움이 있다.
스님들의 밥상에는 어떤 마음과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1년간 그것을 찾아 나선다. 》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