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은발에 스카프 자락을 휘날리며 차가운 관료주의 세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패션 정치학.
크리스틴 라가르드(60) 총재는 2015년 11월 30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IMF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가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이어 외환 보유 자산으로 인정되는 국제준비통화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보하고 무역이나 금융 결제에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공식 발표에 앞서, 언론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그녀의 목에 주목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달했듯, 라가르드 총재는 스카프로 의중을 표하기도 하는데 경제계 안팎에선 그가 화려한 스카프나 액세서리로 치장할수록 세계 경제가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곤 한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검정 바탕에 붉은색 무늬가 들어간 스카프와 빨간색 귀고리를 착용, 말보다 먼저 패션으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음을 알렸다. 빨간색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색으로, 황금색과 함께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명품 하우스, 다시 스카프에 주목하다!이런 라가르드 총재의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카프다. 그녀는 스카프를 통해 단조로운 의상에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금융계의 흐름에 관한 수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스카프 사랑 덕분에 패션에서 스카프가 차지하는 위상이 재조명될 정도다.
영국 공영 뉴스 채널 ‘BBC’는 얼마 전 라가르드 총재와 웨이 쑨 크리스티안슨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CEO 등 스카프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여성 리더들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며, 스카프가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호감도를 높여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스카프가 파워 우먼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죽 제품에 주력하던 구찌, 펜디,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들이 다시 스카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카프로 유리천장을 뚫을 수는 없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유리천장에 스카프 한 장을 묶어놓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뉴스1 뉴시스 REX | 디자인 · 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