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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아래에선 무슨 일이

입력 | 2016-01-06 14:03:23

사진 제공 · 샘컴퍼니

사진 제공 · 샘컴퍼니


뮤지컬이 끝나면 커튼콜이 시작된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열연에 화답하듯 박수갈채를 보낸다. 누군가는 벌떡 일어나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배우들과 눈을 맞추고 나면 다들 가방과 윗옷을 챙겨 들고 객석을 벗어나기 바쁘다. 소수의 관계자 혹은 마니아 관객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주를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격려한다. 어느 뮤지컬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하지만 뮤지컬 ‘오케피’의 커튼콜 이후 객석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많은 관객이 배우들이 무대를 떠난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아마도 이런 광경이 펼쳐질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오케피’는 웅장하고 화려한 뮤지컬 무대 아래, 일반 관객이 가볼 일 없는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를 주 무대로 삼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단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키의 원작에 충무로 톱스타 황정민이 연출을 맡았다. 황정민은 이 작품에서 오만석과 함께 지휘자 역을 맡으며 배우로도 출연했다. 이 밖에도 윤공주, 서범석, 박혜나, 최재웅, 정상훈 등 TV와 연극, 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극중 뮤지컬 ‘BOY MEET GIRL’을 공연하기 위해 오케피로 모인 연주자들은 하프, 바이올린, 비올라,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만큼이나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공연 내내 오케피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터져 나온다. 무대 위 여배우가 노래를 부르기 힘들다며 황급히 다음 곡을 한 옥타브 낮춰 연주하라고 지시하고, 공연 도중 잠들어버린 단원을 대신해 연주자들이 급하게 악기를 바꿔가며 화음을 맞추기도 한다. 우아한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도 단원들의 머릿속엔 ‘장 보고 왔는데 뭘 빼먹었지’ ‘회식비 정산했는데 계산이 안 맞아’ ‘어제 마신 술이 덜 깼어’ 같은 시시콜콜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오케피라고 한다는 것에서 시작해 뮤지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는 작품이다. 지휘자는 해설가처럼 관객에게 뮤지컬이 공연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다만 특유의 일본식 개그는 흡사 ‘개그콘서트 뮤지컬 버전’ 혹은 ‘오케피에 문을 연 심야식당’ 같은 느낌을 줬고, 뮤지컬임에도 기억에 남는 곡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고무적인 것은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끝까지 지키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늘었다는 점이었다.
2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구희언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awk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