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구멍’ 대대적 단속 나선다

새 경제팀 출범 맞춰 정밀점검
10억 이상땐 회계감사 의무화… 부정 한번만 드러나도 바로 퇴출

정부가 새 경제팀 출범에 맞춰 ‘나랏돈이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 정밀 점검에 착수한다.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예산 낭비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국고 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사업 선정부터 심사, 집행, 평가, 정산 등 모든 단계에 걸쳐 관리 지침을 상세하게 정할 것”이라며 “주요 부처별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에 대한 점검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조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지원금 등 국고보조금을 빼돌리는 사례가 없는지 대대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전날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것에 대해 “국민 세금이 잘못 쓰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부패 요인을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시스템을 갖춰 비리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지난해 내놓은 ‘국고보조사업 평가’에 따르면 평가 대상인 국고보조사업 1422개(총예산 규모 49조 원) 가운데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평가받은 사업은 734개(51.6%)에 불과했다. 65개 사업은 즉시 폐지하고 75개는 단계적 폐지, 275개는 단계적으로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전남의 농민 A 씨는 농기계나 어선에 사용해야 할 면세유 4만5600L(시가 6000만 원 상당)를 빼돌려 주유소에 내다 팔다가 적발됐다. 인천의 한 평생교육원은 인근 어린이집과 짜고 보육교사를 위탁 교육한 것처럼 속여 국고보조금 21억 원을 챙기다가 걸리기도 했다.

기재부는 또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조금 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을 올 4월까지 만들면서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10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회계감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 번이라도 부정하게 보조금을 타 내거나 다른 용도로 빼돌리다가 적발되면 곧바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시행할 방침이다. 또 보조금으로 500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하도록 하고, 대금을 청구할 때는 국세청이 발행하는 전자세금계산서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받은 국고보조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보조금 개혁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