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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문송합니다”

입력 | 2016-01-07 03:00:00


쌀쌀한 겨울날 어린 꼬마가 벤치에 앉아 흐느끼고 있다. 지나가던 신사가 이상하게 여기고 왜 우느냐고 묻는다. “문과예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신사는 소년을 껴안아준다. 진학과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의 비애를 보여준 이 패러디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문계의 90%가 논다”는 ‘인구론’에 이어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문과생의 앞날은 캄캄하다.

▷대학의 목적을 자유로운 교양인의 양성이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인재육성에 두었던 근대 일본은 고교의 문·이과 분리를 강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다. 창의와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2018년부터는 이런 구분이 없어지게 되지만 적성에 따라 문과나 이과를 선택한다면 나쁠 건 없다. 문제는 문과 과목 교사가 많고 수학 과학에 자신이 없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다수라는 점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대학 입학정원을 보면 인문계 42.5%, 이공계가 44.8%로 이공계가 많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인문계가 더 많다. 문과가 대학 가기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4년도 취업률은 인문계가 42.1%, 이공계는 66.7%지만 체감취업률은 인문계가 훨씬 낮다. 인문계 취업난은 명문대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2014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3명 중 1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현대는 2014년부터 인문계 졸업생에게는 서류전형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반면 공대생은 ‘취업깡패’로 불리며 인문학도의 부러움을 산다.

▷사정이 이러니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 진로가 이과로 쏠리는 게 당연하다. 본보 조사 결과 고교에 문과생이 넘치는 이유가 고교의 수학 과학 교사 부족에 있다고 한다. 법령에 정해진 교원 정원 때문에 교사 충원을 하지 못해 학생들이 이과를 가고 싶어도 못 간다니 어이가 없다. 사람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맞추려고 팔다리를 자르는 격이다. 아이들의 미래가 교사의 밥그릇보다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