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림펜스 열린책들 해외문학팀 차장
음악평론가는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벨기에 가수가 한 명 있다. 이름이 다소 낯설 순 있겠지만 한국인들도 부담 없이 감상할 만한 곡을 부르는 사람일 것 같아 공유해 본다(이것은 건설적인 문화 교류!). 바로 스트로마이(1985년생)라는 젊은 싱어송라이터다. 위키피디아 한국어 페이지에서는 “스트로마이는 벨기에의 가수, 래퍼, 작곡가이다” 정도밖에 안 나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는 꽤 인기가 있는 가수다. 싸이의 유튜브 기록은 아예 다른 차원이라 인지도에서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스트로마이의 뮤직비디오들도 유튜브 시청 횟수가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조회수가 몇백만이나 몇천만 번씩, 그리고 서너 곡은 몇억 번씩 될 정도로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 가수치고는 완전한 신기록이다.
동영상 조회 수치보다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그의 노래들과 비디오 클립들의 품질과 독창성이다. 한국의 케이팝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한 면이 있다. 소재가 비슷하고 뻔한 내용일 때가 많다. 반면 스트로마이는 대중성도 있으면서 깊이가 있다.
작품성이 높은 비디오 클립도 그가 부르는 노래의 또 하나의 강점이다. 그는 이 세상에 가수로서 주목받으려면 인상 깊은 비디오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비디오를 제작할 때도 특별히 신경 쓰며 그의 기발한 시각을 반영한다. 뮤직비디오들은 각각의 곡 주제에 따라 그 고유한 콘셉트가 있다. 소셜미디어에 관한 곡 ‘카르멘’ 비디오는 프랑스 만화영화 거장 실뱅 쇼메가 제작한, 트위터를 상징하는 파랑새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단편이다. 아프리카 카보베르데의 국민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1941∼2011)에 대한 오마주 곡 ‘아베 세자리아(Ave Cesaria)’는 한 가족이 연 파티를 옛날 캠코더로 찍은 듯한 아마추어 비디오 스타일의 클립이다. 마초주의를 비판하는 ‘남자가 다 그렇지 뭐(Tous les m^emes)’ 뮤직비디오에는 스트로마이가 남자와 여자로 동시에 등장한다. ‘언제야(Quand c’est)?’라는 뮤직비디오는 암의 위험성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아빠 어디야(Papaoutai)’란 노래의 비디오 클립도 무용, 연기, 촬영, 편집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제작 수준이 참 뛰어나다.
스트로마이는 가수이자 프로듀서, 댄서, 배우, 또 어떻게 보면 사회학자이기도 한 재능이 넘치는 ‘종합 아티스트’인 것 같다. 그런 인물이 21세기 초 다문화사회의 유럽을 어느 정도 대표해 줬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끔찍한 한 해였던 지난해보다 새해에는 아량 있고, 또 좀 더 똑똑하게 춤을 추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림펜스 열린책들 해외문학팀 차장